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경제 활동 재개의 모멘텀이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주요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크게 확산되면서 음식점부터 호텔, 미용실 등 영업 재개에 나섰던 비즈니스에 다시 제동이 걸렸고, 세수 위축에 곤욕을 치르는 지역 정부가 일제히 예산 삭감과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2차 팬데믹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기업들 연쇄 파산과 민간 소비 부진 등 경제적 충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경고다.
미국 켄터키주 프랭크퍼트에 위치한 켄터키직업센터 앞에 수백명의 실업자들이 실업수당을 문의하기 위해 문 열기 2시간 전부터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주요 지역의 기업과 소매 업체들이 영업 재개에 나섰다가 다시 물러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음식점 영업과 물류 시설 및 생산라인 가동이 재차 위축되는 한편 대규모 감원이 이어지면서 신규 실업수당 신청 문의가 쇄도한다는 소식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경제에서 이들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르는 만큼 최근 상황은 하반기 경제 성장률 전망을 흐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 파산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남성 정장으로 유명한 의류 업체 브룩스 브러더스 그룹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지난 200년에 걸쳐 크고 작은 파고를 넘으며 성장했던 브룩스 브러더스는 팬데믹에 따른 매출 급감과 기존의 대규모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을 맞았다.
폭스 비즈니스에 따르면 고가 여성 의류 브랜드 앤 테일러의 모기업인 아세나 리테일 그룹도 파산 수순에 돌입했고, 엔진 업체 브릭스 앤 스트라턴도 파산 위기에 몰리는 등 기업 줄도산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팬데믹 충격은 기업에 이어 지역 정부까지 강타했다. 세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지역 정부가 예산을 삭감하는 한편 대규모 감원에 돌입한 것.
지난 3월 이후 정부 부문의 일자리 감소가 150만건에 달했다. 특히 교육 부문의 감원 한파가 두드러졌다.
지역 정부의 예산 삭감에 따라 초중고 학교와 대학, 공원과 박물관을 포함한 각종 시설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아이다호의 보이사주립대학은 3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야구와 수영 팀 운영을 중단하는 등 지역 정부의 예산 삭감은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오하이오 주의 데이턴 시는 예산을 8% 축소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경찰과 소방소, 도로, 상하수도, 쓰레기 수거 등 상당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주요 지역 정부는 지난 4월15일로 예정됐던 소득세 신고 시기를 7월15일로 늦춘 상황. 이 때문에 재정 압박이 더욱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소규모 자영업부터 대기업과 지역 정부까지 꼬리를 무는 충격은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의 회복을 크게 제한할 전망이다.
최근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마이너스 4.2%에서 마이너스 4.6%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경제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뉴욕증시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호텔과 항공, 리조트 등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았던 섹터의 주가가 강한 반등을 보인 뒤 최근 동력을 상실한 것은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