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금융시장으로 수 년간 홍수를 이뤘던 중국 자금이 썰물을 이루면서 달러화가 소위 '차이나 쇼크'를 맞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채를 포함해 달러화 자산을 대량 사들이는 차이나 머니가 장기간에 걸쳐 미국의 금리를 바닥권으로 누른 한편 달러화 가치를 부양하는 효과를 냈다는 것.
하지만 무역 마찰이 지속되는 데다 홍콩보안법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까지 맞물리면서 중국 자금 유입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이로 인한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국채시장에서 무려 5000억달러를 웃도는 해외 투자 자금이 빠져 나갔다.
이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중국 자금으로 추정되고,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 국제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높인 중국은 미국 국채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강력한 유동성 공급원으로 자리매김 했다.
예금과 신용 총액을 포괄하는 글로벌 유동성 140조달러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20년 전 약 6%에서 최근 25% 선으로 껑충 뛰었다.
특히 지난 2015~2016년 중국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이뤄졌고, 이는 달러화 강세와 미 금리 하락에 힘을 실었다.
달러화로 이뤄지는 수출입 결제와 미국 달러화 자산 투자 등 중국의 자금 거래가 미국의 금융시장 안정에 직간접적인 효과를 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달러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대비 30% 가까이 뛴 데는 미국 경제의 탄탄한 성장과 안전자산 선호 등 다양한 요인 이외에 차이나 머니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
미국의 안정적인 저금이 추세도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과 함께 대규모로 국채를 사들인 중국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최근 상황 변화에 투자자들이 경계감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경제적, 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중국이 국채 매도를 무기로 삼는 핵옵션을 동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금융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고, 버팀목을 잃은 달러화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달러화 가치가 25% 급락하는 한편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 선을 향해 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IT 업계에 대한 미국의 보이콧과 홍콩을 둘러싼 정치적인 마찰이 고조될수록 차이나 쇼크의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중국은 6월말 국제사회의 날카로운 비판에도 홍콩보안법을 승인했고, 이에 대해 미국은 홍콩 특별 대우 지위를 박탈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보안법과 관련된 중국 정책자들과 거래하는 금융권에 제재를 가할 움직임이다.
정치적인 대립 이외에 자산 배분에 대한 필요성도 중국 자금의 달러화 자산 이탈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단기간에 차이나 머니가 썰물을 이루면서 미국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갈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이다.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할 경우 중국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데다 중국 금융시스템의 현실이 달러화 거래에서 전면적으로 발을 빼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
중국은 금융시장을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개방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 자금의 유입이 제한적이고, 위안화의 국제적인 입지 역시 아직 취약하다.
여기에 중국 금융권의 리스크 회피 움직임도 차이나 머니 이탈을 늦출 전망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