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대사, 외교부 찾아 '산업 공급망 안정화' 강조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중국이 입법을 추진 중인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과 관련한 내용을 한국 정부와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콩 보안법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은 사실상 우리 정부에 지지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27일 "홍콩 안전수호와 관련된 입법 진행 상황을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외교부를 포함한 각계와 여러 레벨에서 공유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22일 열리면서 홍콩 보안법이 논의됐고, 중국은 이 법이 세계적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고 이해를 돕기 위해 입법 상황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0.05.22 |
이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홍콩 보안법 관련 입장을 지지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는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공유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중국 측은 "목적은 이해 증진"이라고 설명했으나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홍콩 보안법의 정당성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미국이 반대하는 홍콩 보안법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는 홍콩 보안법 제정 문제와 관련해 "홍콩은 우리와 밀접한 인적, 경제적 교류를 갖고 있는 곳이며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앞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24일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중한은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서 핵심문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왔다"며 "홍콩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한국 측에 입법 배경을 적극적으로 소개할 것이고 한국 측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전인대 개막식에서는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의 홍콩 보안법 초안이 소개됐다.
이에 미국은 크게 반발하며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 철회를 거론하는 등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가능성을 묻는 말에 "우리는 지금 뭔가를 하고 있다. 여러분은 이번 주가 끝나기 전에 뭔가를 들을 것이다"라며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싱하이밍 대사가 지난 22일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한중 간 경제 관련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산업 공급망 안정화'를 강조한 것도 주목된다.
싱 대사는 당시 "신속통로 확대로 양국 경제인 왕래가 활발해져서 지역 및 세계의 산업 공급망 안정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인들의 왕래를 편리하게 하는 신속통로에 중점을 둔 발언이지만 미국이 한국에 동참을 제안한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PN은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경제블록이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해 일본, 인도, 호주 등의 우방국을 참여시키려 하고 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