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경비원의 눈물] "난 사람이 아니라 경비원"…'사장님'이었던 70대의 한탄

기사입력 : 2020년05월17일 04:00

최종수정 : 2020년05월17일 04:00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20년 사장님하다 경비원으로 일하니 개도 짖더라
휴게시간 등 정당한 요구하면 부당해고로 '복수'
불빛 없는 지하 계단에는 '차별의 냄새' 나는 휴게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지난 14일 오후 9시쯤 모 아파트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70대 이경준(가명) 씨는 경비실 안에 앉아 있었다. 퇴근하는 주민들을 맞이해 밖에서 일하다 이제 막 들어온 참이었다.

경비실은 2평도 채 되지 않았다. 책상, 승강기 폐쇄회로(CC)TV,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든 구식 텔레비전이 제일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앉아 쉴 수 있는 곳은 의자가 전부였다. CCTV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텔레비전은 끊임없이 '지지직' 소리를 냈다. 그는 이곳에서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일한다.

최근 서울 강북구 모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 씨가 폭언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이씨는 인터뷰에 응하기 힘들다고 했다. "말 잘못했다 또 잘린다"는 게 이유였다. 그럼에도 이씨는 기자에게 "자기 아들 같다"며 6년 동안 경비원으로 일하며 느꼈던 소회를 털어놨다.

◆ 직장에서 20년, '사장님'으로 20년 살았는데...

이씨는 과거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에서 20년 동안 일했다. 퇴직 이후에는 자신만의 사업에 도전해 20년 가까이 '사장님' 소리를 들었다.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 이씨 표정에는 자식들 모두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시켰다는 가장으로서의 자부심이 보였다.

사업을 접은 뒤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진 이씨는 경비원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하루도 버티지 못한 채 일을 그만두기가 부지기수였다. 경비복을 입은 뒤부터 겪게 된 '갑질', 이로 인한 모멸감과 수치심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경비복을 입으면 개마저도 나를 보고 짖는다"며 웃었다.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눈을 치우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이씨는 6년 동안 경비원으로 일하며 '내 돈으로 월급 주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했다. 반말에 폭언은 예사였고, 때에 따라서는 욕설과 협박도 참아내야 했다.

이 부조리를 끊어낼 수 없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부당한 대우'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주민들 인식 때문이라는 게 이씨 설명이다. 주민들이 '이전에 일하던 경비는 다 했는데, 너는 왜 못하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게 아니고 '경비'로 본다"며 "주민들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강북 아파트 경비원 사망 사건을 두고는 "어떤 경비원이 먼저 주민에게 시비를 걸겠느냐. 절대 그럴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경비원도 인간인데, 상스런 욕을 듣고서 '함부로 말하지 마시라'는 한마디도 못하냐"고 호소했다.

경비원들 사이에서 '차는 밴츠인데, 사람은 티코'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돈은 많지만 미처 '인간'이 되지 못한 주민을 두고서 나온 말이다. 이씨는 "옛날 말 중 틀린 것 딱 하나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라며 "직업에 귀천은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 "경비원 피 빨아먹는 용역...살아남으려면 입바른 소리 못해"

한 아파트에서 10개월 동안 경비원으로 일하다 하루아침에 해고된 때도 있었다. 이씨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하던 중 법에 따라 정당한 것들을 요구한 게 실수였다는 점을 알았다. 법에 따른 휴게시간 등을 보장해달라는 요청을 아니꼽게 생각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이씨가 소속된 용역회사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이씨는 "처음에는 '경비원 물'이 안 들어서 법적으로 해줘야 할 걸 왜 안 해주냐고 따졌다"며 "일을 계속 하다 보니까 아무리 부당한 것이라도 살아남으려면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입주민의 일명 '갑질' 및 폭행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모 아파트 경비원을 추모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판 화면 캡처] 2020.05.12 clean@newspim.com

이씨는 계약에 따라 3개월 임금이라도 달라고 했지만 용역회사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지방 노동청, 노동부,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 대법원까지 가는 3년 동안의 긴 싸움 끝에 최종 승소했다.

이씨에 따르면 경비원들을 관리하는 용역회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눈치만 볼 뿐, 결코 경비원들 편이 아니다. 경비원을 위한 척 휴게시간을 대폭 늘려 인건비를 삭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다만 용역회사도 아파트 관리사무소 요청에 따를 수밖에 없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갑(甲)이라면 용역회사는 을(乙), 경비원은 병(丙)인 셈이다.

◆ 휴게실에는 차별의 냄새가 났다

현재 이씨가 일하는 아파트에는 경비원들을 위한 휴게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그러나 갑이라 할 수 있는 관리사무소 옆에 있는데다 걸어서 왕복 20분이나 걸린다.

이씨는 아파트 지하 공간에 스스로 휴게실을 만들었다. 이씨는 멋쩍게 휴게실로 통하는 지하 계단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한줌 불빛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조명도 없어 휴대전화 불빛에만 의지해야 했다. 이씨는 연신 "조심해야 한다"고 일렀다.

[사진=게티스이미지뱅크]

철문으로 된 휴게실 문을 열자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냄새가 났다. 습한 공기가 가득했지만 환기는 아예 불가능한 구조였다. 도배조차 되지 않고 곳곳이 금이 간 흰색 콘크리트 벽으로 사방이 둘려쌓인 휴게실에는 숙식을 해결하기 위한 밥솥과 소형 냉장고 등이 있었다. 모두 이씨가 사비로 장만한 것이었다.

이씨는 "그나마 나는 이런 곳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며 "이런 데도 없는 경비원들은 등산 텐트를 가져와 스티로폼을 깔고서 자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경비원으로 일하며 경험한 일들을 들려줬다. 그러나 대부분 사연에 "절대 기사로 내보내면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혹시 내가 얘기했다는 걸 알 수도 있다"며 "여기라도 붙어 있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비원은 어디 기댈 데도 없고, 하소연도 못하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hakju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감사원장 후보자에 김호철 변호사 지명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7일 감사원장 후보자로 김호철 변호사를 지명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이 오늘 감사원장 후보로 김호철 변호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김호철 감사원장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김 후보자는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로,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수호에 앞장서 온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로 평가받고 있다고 이 수석은 설명했다. 이 수석은 "김 후보자가 경찰국 신설과 군 의문사 진상 규명 등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안에서 공공성과 법적 원칙을 견지해 왔다"고 했다. 이 수석은 "김 후보자는 감사 운영의 정상화를 통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그리고 국민 신뢰라는 헌법적 가치를 확고하게 복원할 적임자이자 전문가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parksj@newspim.com 2025-12-07 13:37
사진
내란 특검, 추경호·황교안 불구속 기소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이 7일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추경호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핌DB] 박지영 특검보는 추 의원에 대해 "피고인은 여당 원내대표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유지 의사를 조기에 꺾게 만들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음에도, 비상계엄 유지를 위한 협조 요청을 받고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무장한 군인에 의해 국회가 짓밟히는 상황 목도하고도 아무런 조치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원 권한이자 의무인 표결권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고, 본회의 개의를 알고도 의원총회 개최 의사도 없이 의총 소집 장소를 당사로 변경해 국회 진입 의사를 가진 국회의원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또 본회의장에 있던 국회의원에게는 밖으로 나오라는 메시지 전달했는데, 이는 윤 전 대통령이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본회의장에 들어가 있던 국회의원을 끌어내려 하려는 행위와 같이 평가된다"고 부연했다. 박 특검보는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헌정 질서가 파괴되는 상황"이라며 "본인이 원내대표실에 있으면서 이런 파괴된 현장을 목도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윤 전 대통령은 지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 나와서 '추 의원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가'라는 재판장 질문에 '걱정하지 말라. 길게 가지 않고 빨리 해결될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 이 말은 너희들이 국회 의결 해제하지 않고도 내가 끝낼 것이란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 의원은 충분히 본인의 역할을 지시받았고 이와 관련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추 의원은 '대통령님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빨리 해제해달라'는 말을 한 번도 한 적 없다. 본인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특검보는 "비상계엄이 선포될 즈음 당대표는 체포 대상이 될 정도로 사실상 의사 소통 창구가 전혀 아니었고, 여당과의 의사 소통 통로이자 서로 논의할 수 있던 사람은 추 의원이 유일했다"며 "(추 의원은)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이래선 안 된다는 의사표시는 하나도 없이 본인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을 여당 의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사실상 계엄이 국회의결로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여당 원내대표마저 협조하지 않고 반기를 들었다면 계엄 해제가 빨라졌을 것"이라며 "계엄에 대한 문제 해결 방식이나 회복 시간 등이 상상 이상으로 빨라졌을 것이고, 국론 분열이나 사회적 혼란도 훨씬 더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의총 장소를 세 차례 변경하는 방법으로 자당 소속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당시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단 18명만이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할 수 있었고, 국회 해제 요구 결의안은 결국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통과됐다. 특검은 당시 추 의원이 국회 이동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그의 측근들과 통화한 사실을 바탕으로 그가 의도적으로 표결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특검은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 3일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뉴스핌DB] 한편 특검은 이날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불구속 기소했다. 황 전 총리는 비상계엄 당시 "나라를 망가뜨린 종북주사파 세력과 부정선거 세력을 이번에 척결해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 등의 게시물을 올려 내란을 선동한 혐의 등을 받는다. hyun9@newspim.com 2025-12-07 17:26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