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금성사 출발한 LG, 가전시장 선점
삼성, 1969년 전자산업 진출로 경쟁 예고
OLED·세탁기 소송 외 TV·냉장고·에어컨·건조기 등 신경전
[편집자주] 삼성과 LG의 '건조기 기싸움'이 한창입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가전시장 리더인 삼성과 LG가 건조기에서도 '정상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봐야겠죠. '글로벌 가전 리더' 자리를 놓고 벌이는 양사 간 경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기술력 우위 논쟁에서 시작한 양사의 자존심 대결이 법적소송으로까지 번진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쟁을 안 좋게만 볼 문제는 아닙니다. 서로에게 자극제가 돼 오늘날의 삼성과 LG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럼 삼성과 LG, 그 기나긴 가전 라이벌의 역사를 한 번 돌아볼까요.
[삼성vs.LG 가전 경쟁] ① '엎치락뒤치락' 라이벌 역사
[삼성vs.LG 가전 경쟁] ② '밀고 당기고' 치열한 싸움, 기술력 높였다
[삼성vs.LG 가전 경쟁] ③ '윈-윈' 상생으로 가는 길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삼성과 LG의 '가전 명가' 타이틀 쟁탈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어쩌면 1969년 삼성이 전자사업에 진출하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은 1968년 정부의 전자공업 육성 8개년 계획을 계기로 그 이듬해 삼성전자공업주힉회사를 설립, 전자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LG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감이라도 한 듯 삼성의 전자산업 진출을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끝내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1958년 금성사를 세우면서 한국 전자산업의 서막을 연 LG는 국산 라디오(1958년), 국내 최초 자동전화기(1961년), 국내 최초 냉장고(1965년), 국내 최초 흑백 TV(1966년), 국내 최초 에어컨(1968년)에 이어 삼성이 전자산업을 시작한 1969년에는 국내 최초로 세탁기를 개발하며 가전사업을 선점해 가고 있었다.
LG로선 반갑지 않았겠으나 결국 삼성은 전자산업 진출에 성공했고, 그 이후 삼성은 모두가 알다시피 LG와 함께 세계적인 전자회사로 성장했다.
'한 하늘에 태양이 둘 일 순 없다'고 했듯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외에서 무섭게 성장할수록 갈등의 불씨도 함께 커져갔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양사 간 갈등의 골은 그렇게 깊어졌고 이는 삼성과 LG가 가전시장에서의 입지를 본격적으로 넓혀가던 2000년대 들어서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진 2012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 사건과 2014년 이른바 '세탁기 파손 사건'이다.
2012년 4월 경찰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OLED 기술을 빼돌려 LG디스플레이에 제공한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 전·현직 연구원과 LG디스플레이 임원 등을 입건했다.
석 달 뒤 7월 검찰은 같은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 4명과 삼성디스플레이 전·현직 연구원 6명,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임원 1명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같은 해 9월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OLED TV 기술·자료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LG디스플레이는 곧바로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관련 특허침해금지 소송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세탁기 파손 사건은 2014년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에서 터졌다. 당시 조성진 LG전자 사장 등 임직원들이 독일 베를린 가전매장 2곳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를 받게 됐고,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독일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서울중앙지검에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 혐의로 조성진 사장 등 5명을 수사 의뢰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수사 의뢰에 대해 유독 특정 회사(삼성전자) 해당 모델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는 주장으로 맞서며 그 해 12월 서울중앙지검에 삼성전자 임직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에 이른다.
해를 넘긴 2015년 2월 검찰은 조성진 사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한 달 후 3월에 삼성과 LG는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하면서 양사 간 OLED, 세탁기 공방은 일단락됐다.
소송까지는 아니더라도 삼성과 LG의 가전시장 리더를 향한 자존심 싸움은 소소하게나마(?) 끊이지 않고 있어 왔다.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의류관리기, 건조기 등 품목을 가리지 않는다. 2012년 냉장고 용량 논란과 2013년 에어컨 시장 1위 논쟁이 벌어졌고, 2016년 4K TV에 이어 2019년에는 8K TV 화질 논쟁이 일어났다.
또 지난해 삼성전자는 자사의 에어드레서 성능 비교 영상을 통해 LG 스타일러를 '디스(폄하)'했고, LG전자는 자사 노트북 LG 그램을 홍보하며 '설마 화질이 아직도 Full HD?, 이 정도 안 되면 노트든 북이든 접어야죠'라는 문구로 삼성 노트북을 깎아내렸다.
삼성과 LG의 이 같은 경쟁 구도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계속되고 있다. 1월에는 15일과 16일 하루 차이로 삼성과 LG가 각각 에어컨 신제품을 내놓았고, 4월 20일에는 양사가 24kg 대용량 세탁기를 같은 날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최근에는 건조기 스팀을 갖고 또 한 판 신경전을 벌였다. 삼성과 LG는 그렇게 서로 엎치락뒤치락,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성장해 가는 중이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