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메모리 업황 우호적…수요 탄탄 서버용 반도체 집중
LG, 코로나에 해외 매출 타격 불가피…국내 판매량 증대 총력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공개와 함께 국내 전자업계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일단락됐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코로나19 영향이 본격 반영될 2분기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이에 전자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상대적으로 튼튼한 체력을 과시한 반도체와 가전을 중심으로 올 2분기 실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 삼성 "메모리 업황 전반적 우호"…서버·PC용 반도체 수요 견조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17조6400억 원, 영업이익 3조99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1.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2% 감소했다.
메모리의 경우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코로나19 확산에도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증가로 서버와 PC 중심의 수요가 견조하고 모바일 수요가 지속돼 이익이 소폭 개선됐다. 시스템 반도체는 주요 고객사 모바일용 부품 공급 확대로 이익이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분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전사 실적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부문에서의 선방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바일 수요 둔화 리스크가 상존하지만 서버와 PC에 대한 수요가 지속돼 응용처 전반으로 견조한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현재로선 구체적인 연간 메모리 시장 가이던스를 제공하기 어렵지만, 전반적인 메모리 업황은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19 등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더라도 급격한 시황 변동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스테이 앳 홈(stay-at-home)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서버 수요는 지속적으로 탄탄할 것이고, 그 같은 서버 수요 성장이 전반적인 메모리 수요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회사 측은 "하반기 메모리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지만, 온라인 서비스 기반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고사양,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재고 수준도 양호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낸드플래시 재고는 지난해 말 정상 수준에 도달해 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D램은 2분기에 정상 수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모리 가격 변동성과 관련한 우려도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고객사 재고 조정이 있었던 2018년 말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일 것"이라며 "재고 수준은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2018년 말과 같은 급격한 재고 조정에 따른 큰 폭의 가격 조정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 LG, 2분기도 '가전'…코로나에 해외보단 국내 매출 확대 총력
LG전자는 가전 사업 호조세를 2분기 이후로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가전(H&A) 사업에서 매출 5조4180억 원, 영업이익 7535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분기 사상 최대치다.
회사 측은 "매출액은 건강과 위생에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시장에서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의 판매 호조가 이어졌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 매출이 줄며 전년동기 대비 소폭 줄었다"며 "영업이익은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확대와 원가 절감에 힘입어 전년동기보다 3.6%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13.9%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LG전자는 향후 사업 전략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해외보다는 국내 시장에서 신성장 가전 등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리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LG전자는 가전 사업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매장 폐쇄와 통행 제한 그리고 국가 봉쇄 등이 진행 중이라 2분기 해외 매출 비중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국내 시장에서 매출 기회를 찾고자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LG전자 가전 사업은 현재 해외에선 그리 좋지 않지만, 국내에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필수 가전 제품화를 통해 판매 볼륨을 넓혀 가고 있고,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건조기와 스타일러, 청소기 등 신가전은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팀 건조기 등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면서 "에어컨이나 에어케어 제품의 경우 4월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역성장 중이나 세탁기, 건조기 등은 신장세다. B2B(기업 간 거래)에서 빠지는 부분을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서 만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5월과 6월에는 과거 매출 수준을 회복하고, 6월이 지나면 전체적으로 과거 성장세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과거 매년 20% 정도 성장해 왔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올 3분기에는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SK하이닉스 "코로나19 여파에 서버 분야 성장 가속화…고용량 판매 확대"
SK하이닉스는 연결기준 2020년 1분기 매출 7조1989억 원, 영업이익 800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6.3% 늘었고, 영업이익은 41.4%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1.1%로 지난해 1분기 20.2% 이후 최고치다.
회사 측은 "D램이 계절적 비수기에 코로나 여파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으나 평균판매가격이 3% 상승하며 이를 메웠고 서버용 수요 강세가 이어졌다"며 "낸드플래시는 서버용 SSD 수요가 늘면서 출하량이 전분기보다 12% 증가했고 평균판매가격은 7%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 여파로 서버 분야 성장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2분기 이후 고용량 서버 중심으로 판매 확대에 집중하기로 했다.
주력제품인 D램의 64GB 이상 고용량 서버용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10나노급 2세대(1Y) 모바일 D램 판매 확대에도 사활을 건다. 하반기 양산에 돌입하는 10나노급 3세대(1Z) 제품도 본원적인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포인트다.
낸드플래시는 96단 제품의 비중 확대와 함께 2분기 중에 128단 제품의 양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출하량과 판매가격 측면에서 상당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1분기 40%에 도달한 SSD 판매 비중을 더욱 늘리고 서버용 SSD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회사 측은 "서버용 반도체 실수요가 개선 중인 가운데 비대면 업무환경 지원 등으로 인한 수요가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많은 이들이 원격시스템을 경험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서버 분야 성장이 가속화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올 2분기 D램 출하량은 1분기와 같은 수준이 될 것 같고, 낸드는 약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D램과 낸드 재고가 정상 수준에 도달했다. 예상치 못 한 수요 변화가 있을 경우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 4분기에는 낸드부문이 손익분기점(BEP)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낸드 재고 수준은 정상 수준인 4주 이하다. 향후 추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