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위기, 세계 경영판 바꿀 기회일 수도"
"경기부흥 위한 국내외 규제 완화에 주목해야"
[서울=뉴스핌] 이강혁 기자 = "무조건 비용 축소에 열중할 게 아니라 기회를 공략한 투자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양하게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경영어려움은 크지만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이 회사 내부의 분위기도 이런 말로 설명했다.
경기가 나쁠땐 비용을 줄이고 경기가 좋을땐 수익을 높여야하는 것이 기업이 살아가는 기본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서는 또다른 기회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분주한 모양새다.
이 임원은 "코로나로 촉발된 위기는 어찌보면 세계의 경영판을 바꿔놓을 수 있는 그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라며 "어쩌면 지금이 투자를 준비하는데는 적기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지난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mironj19@newspim.com |
기업들이 코로나 확산 여파로 극도의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어떻게든 버텨야 살아남는다며 잔뜩 몸을 움츠린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기업은 아예 "지구촌을 가로막은 격리장막 탓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걱정의 한숨만 뿜어대고 있다.
하지만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기 위한 여러 기업들의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위기에서 기회가 온다는 말은 수없이 많은 전문가들의 제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격어보지 못한 코로나발 위기는 그래서 더 큰 기회의 문을 열 수 있는 반전카드일 수 있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어렵지만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언제나 멈출 수 없는 기업의 생존본능"이라며 "위기 때 비용관리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일례로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이 어쩔 수 없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게 되고 이때 능력있는 인재들이 시장에 많이 나오면 이전보다 인재영입은 더 수월할 수 있다"라며 "이런 곳에 투자하는 것은 기회를 만들기 위한 비용인데 지금처럼 어려울때 이런 비용을 잘 관리하고 있어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깊어지는 위기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의 발빠른 움직임은 결국 이와 무관치 않다. 생산과 소비 모두가 장기적으로 위축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면서 한편으론 기회의 틈새를 공략하기 위한 미래 대비의 차원이다. 단적으로 현금은 투자의 동력이다.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 추이 [표=대한상의] |
세계 최대 호텔을 건설한 힐튼가(家)의 성공기가 위기와 기회의 사례연구로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콘래드 힐튼은 기차역 앞 작은 호텔로 시작해 호텔업계 80%가 무너진 미국 대공황 시기에 저렴한 매물로 나온 호텔들을 사들이며 호텔황제가 됐다. 대공황 여파에 힐튼도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고객 서비스 개선 등 경영안정성을 다지면서도 비축된 유동성으로 숙박업체 인수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현재 114개 국가에 호텔만 6000여개를 거느린 전 세계 호텔왕국을 건설한 바탕을 완성했다.
일본 토요타자동차 사례도 위기를 버티며 경영내실을 다져 새로운 기회를 찾은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토요타자동차는 1985년부터 2000년 사이 총 8년간 3차례에 걸친 엔고시기, 경영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품질력을 유지하면서 고집스런 원가절감 노력 등으로 비용을 축적했다. 더불어 강도높은 생산·사무 개선활동도 병행해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다졌다. 이런 내실경영을 바탕으로 미국과 독일 등 자동차강국이 주춤한 사이 글로벌화에 확고한 입지를 다져 세계 판매왕으로 거듭났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 쓴다"라는 유명을 말은 이때 생겼다.
한 재계 인사는 "대내외의 기회포착은 위기때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달린 것"이라며 "예컨대 위기가 깊어질 수록 경기부흥을 위해 국내외 규제가 대거 풀릴 수 있다는 점에 많은 기업이 주목해야 한다. 규제가 풀릴 때 비축된 체력이 엄청난 파괴력(기회)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kh665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