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조사통계월보...50대이상 고소득 가구, 소비성향 하락 주도
"미래 소득에 대한 급격한 기대변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소득 수준이 낮은 고령 인구가 늘면서 국내 소비성향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등 노후소득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김대용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24일 「조사통계월보」를 통해 최근 우리나라 소비성향과 민간소비 행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2년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소비성향에 구조적 변화가 발생했다.
[자료=한국은행] |
국내 소비성향은 1차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연령에 도달한 시점인 2012년을 기점으로 가계소득과 역행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비성향은 소득이나 계층에 따른 소비에 대한 심리적 경향을 가리킨다.
소비성향은 2012년을 기점으로 하락하다가 2015년 이후 소폭 반등했으나 2000년대 초반만큼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2003년에는 카드사태와 같은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2012년 이후로는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탓이다.
최근 소비성향 하락은 50대 이상 고소득층 가구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소득분위별 소비성향 변화 기여도에 따르면 고령인구 증가로 50대 이상의 소득 비중은 늘었지만 50대와 60대이상의 소비성향은 각각 -2.1%p, -1.6%p를 기록했다. 소득분위별로는 4분위와 5분위 기여도가 각각 -1.9%p, -2.7%p로 소비성향 하락을 이끌었다.
식료품과 의류신발, 음식 숙박 등 의식주 관련 필수지출 항목이 소비성향 하락을 주도했다. 교육 항목의 소비성향 기여도 역시 줄었다. 저출산으로 교육에 쓰는 돈이 전반적으로 줄고 무상교육 확대 등 정부의 교육비 지원으로 민간의 교육 항목 지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여행이나 자동차 구매 등에 쓰는 돈은 늘어나 국외소비와 교통 항목 기여도는 증가했다.
김대용 차장은 50대 이상 가구의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 성향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적연금에 의존하는 인구 비중은 늘었지만 연금제도가 서구만큼 안정되지 못하다"며 "은퇴 후 직업을 구하더라도 비정규직이나 일용직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령대가 높고 소득수준이 낮아질수록 자산효과는 줄어들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를 통한 소득 보전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대용 차장은 "향후 정책을 통해 미래 소득에 대한 급격한 기대변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부의 효과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