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형 신탁과 사모형 신탁 구분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공모 상품으로 구성된 신탁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은행들 건의를 금융당국이 결국 받아들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제도 개선안'과 관련해 사모펀드가 아닌 신탁상품의 판매를 허가해달라는 은행권의 요청을 거부하는 쪽으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2019.10.21 leehs@newspim.com |
당국은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 중 최대 원금손실률이 20~30%를 넘는 금융상품을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이에 해당하는 사모펀드와 신탁 상품에 대한 은행 창구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책 발표 후 은행권에선 '규제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됐다. 신탁의 경우 공모펀드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 고난도 사모펀드와 함께 판매금지 대상에 포함된 것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은행은 주가연계신탁(ELT) 등과 같은 대표 신탁상품을 취급하지 못하게 된다. 해당 시장규모는 약 40조원에 육박한다.
이에 은행권은 지난 달 당국의 제도 개선안 발표 이후 금융당국과 수차례 만난 자리에서 '신탁시장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다'는 논리로 공모형 신탁의 취급을 요청했던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안정적 성향이 강한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은행권의 건의를 수용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현실적으로 공모형 신탁과 사모형 신탁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수익성 감소를 우려하는 은행들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감안한 조치인 셈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건의를 거부한 데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이 '신탁 상품이 다 죽는다'고 (금융당국을) 협박해선 안 된다"며 "얼마 전까지 잘못하다고 사과하던 은행들이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그는 "신탁 상품을 봐주는 일(고위험 신탁상품 판매 금지 철회)는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업계 의견 수렴을 마치고 DLF 대책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다만 당국이 은행권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했고 또 은 위원장이 은행권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은행권에서 기대하는 규제 일부 철회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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