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중국은 아편전쟁(1840년~1842년)에 패하면서 불평등 조약인 난징 조약을 맺고 홍콩 섬과 주룽(九龍) 반도를 영국에 할양했다. 중국은 서구 제국들에 의해 모진 수모를 당했다. 당시 서방 국가들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중국을 보고 '동아병부(東亞病夫,아시아의 병자)' 라고 조롱했다.
홍콩을 되찾긴 했지만 국토를 빼앗겼던 뼈 아픈 역사는 툭하면 터지는 민주화 시위로 여전히 중국에 혹독한 시련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륙의 현 주인인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볼 때 국운이 쇄해 초래된 결과라는 점에서 대만 문제 역시 홍콩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올 시무식 날인 1월 2일 "대만문제는 나라가 힘이 약해 생긴 결과로, 민족 부흥을 통해 분열을 종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금 중국 안팎의 관심이 온통 전시상황 같은 홍콩에 집중되고 있지만 중국 입장에서 그 이상으로 급한 현안은 2020년 1월 11일로 두 달도 채 안남은 대만 총통 선거다. 총통 선거는 11월 20일 부총통 런닝메이트가 확정되면서 본격 레이스에 접어들었다. 일국양제(一國兩制)를 거부하는 홍콩 시위사태 등의 영향으로 현재 판세는 연임을 노리는 대만 독립주의자 차이잉원(蔡英文) 진영에 유리한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과 대만 양안관계는 2016년 차이잉원 총통 당선으로 민진당이 집권한 이후 극심한 반목과 치열한 대결로 일관해 왔다. 차이잉원 총통은 일국양제는 물론 '하나의 중국' 즉 지난 1992년 나온 '92 공식(九二共识)'까지 전면 부인하며 양안 대립을 고조시켜왔다. 차이잉원 집권기간 정부 및 반관 공식 채널 연락이 모두 중단되고 민간교류도 제약을 받았다.
민진당 정권은 시진핑 대륙 정권의 잇딴 유화책을 외면한 채 오히려 '탈 중국화' 정책을 가속 추진해왔다. 한 예로 차이잉원 총통은 '신남향 정책'이란 걸 내세워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국 대신 동남아 인도와의 경협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14억 시장, 그것도 내국민 대우를 해주는 중국 시장을 떠난 '신남향 정책'이 성공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중국 뿐 아니라 대만 내부에도 존재한다.
양안 관계 악화속에서도 중국 본토에는 이미 수십만개의 중국 기업이 진출해 왕성한 기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1만여 개에 달하는 투자 프로젝트도 한창 진행중이다. 투자 총액만 1000여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미 많은 대만인이 본토 사람처럼 장기 거주자로 대륙에 정착해 살고 있다. 대만 정권은 새로운 본토 투자를 만류하고 기존 공장 철수를 유도하고 있지만 자본은 정권 입맛대로 움직여주질 않고 있다.
21일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홍콩사태가 격화중인 가운데 대만에서 차이잉원 정권이 연임에 성공하면 대만의 독립 행보가 한층 가속화할 것이고 이는 중국 공산당의 핵심이익과 정면 충돌하는 것이어서 양안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지금 병력은 홍콩에 가 있지만 공산당 지도부의 신경은 온통 대선 전야의 대만 정국에 쏠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홍콩 사태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만 문제 개입이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대해 극도의 우려와 경계심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무역전쟁과는 별개로 대만과의 국방 관료 및 최고 지도자 교류, 무기판매, 연합 군사 훈련 등을 위한 법률 개정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대만 정책은 늘 대만 정치와 선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줘왔다는 점에서 중국에 큰 도전이 아닐수 없다.
대만 총통 선거 판세는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에 유리한 국면으로 펼쳐지고 있다. 홍콩 시위로 요동치는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은 대만 선거까지 또다시 독립주의자들의 승리로 귀결될 경우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선거 결과 여하에 따라 양안관계에 불어닥칠 거센 정치적 후폭풍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이제 막 레이스의 막이 오른 2020년 새해 초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벌써부터 주목되는 이유다.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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