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합의 못하면 법대로 처리" 압박
나경원 "여당 무도함 역사가 기억"...의원직 총사퇴 목소리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공언한 선거법 및 검찰개혁법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국회 본회의 상정 시점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며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일정대로 처리하겠다고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며, 한편으로는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나머지 정당들이 합의를 이뤄 본회의 처리 강행을 시도할 경우 마땅히 막을 방도가 없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1.01 kilroy023@newspim.com |
◆ 이인영 "합의 안 되면 법이 정한대로 처리" 압박...범여권 협상+내부 단속 나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시한이 20일 남짓 남았는데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다시 대치 국면에 빠진다"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이 정한대로 법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한편으로 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과 실무 협상에 돌입했다.
여야4당 정치협상회의 실무단은 지난 11일 만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표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 원안인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에서부터 '지역구 240석·비례대표 60석', '330석 의원 정수 확대'까지 논의됐다.
10석을 보유하며 패스트트랙 처리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대안신당(가칭)의 유성엽 임시 대표 역시 이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 대표는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반대하는 한국당을 제외하고라도 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까지 '4+1 개혁입법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야당과의 협상 속도를 높여가면서도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민주당은 지역구 의석을 28석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225·75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지역구 의원들 반발 탓에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
민주당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협상은 원내대표나 당 대표 몫이지만 투표는 의원들 개개인의 몫"이라며 "자기 선거구가 없어지는데 자신 있게 투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가"라고 반문했다.
이를 알고 있는 당 지도부도 핵심 의원들에게 '특명'을 내려 당 소속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며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과 관련해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11.13 mironj19@newspim.com |
◆ 검찰 출석한 나경원 "여권 무도함을 역사가 기억할 것"...의원직 총사퇴 vs 속수무책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국당도 대책 마련에 돌입했지만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했다. 그는 "공수처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통한 권력을 장악하려는 여권의 무도함에 대해 역사는 똑똑히 기억하고 심판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저와 한국당은 반드시 지켜내겠다"며 투쟁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당 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국회선진화법 등에 의해 패스트트랙 법안 본회의 상정을 저지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정도를 꼽을 수 있지만, 계속 버티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한국당 한 재선 의원은 기자와 만나 "당초 우리의 판단대로 검찰 법안 상정 가능 시점이 내년 1월 말 이후가 됐다면, 같이 처리키로 한 선거법도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선거구 획정 시한까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봤다"며 "그러나 현 시점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당 내에서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꺼내들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당 재선 의원 16명은 지난 12일 긴급 조찬 간담회를 열고 "패스트트랙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의원직 총사퇴를 당론으로 지정할 것을 지도부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을 소집한 박덕흠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재선의원 모임에서는 ▲통합 적극 지지 ▲지도부 공천 관련 위임 각서 제출 ▲패스트트랙 통과시 지도부는 의원직을 총사퇴하는 것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