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3일 오전 정경심 비공개 소환…의혹 전반 조사할 듯
법조계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것”…검찰의 정치적 부담 ‘관건’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검찰이 조국(54) 법무부 장관 의혹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37일 만에 부인 정경심(57)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전격 검찰 소환 조사가 이뤄지면서 향후 정 교수의 신병 처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3일 오전 9시쯤부터 정 교수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지난 8월 27일 30여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돌입한 지 37일 만이며, 현직 법무부 장관의 부인으로서는 첫 검찰 소환이다.
다만 검찰은 정 교수의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당초 논의됐던 공개 소환 대신 비공개 소환을 택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층은 정 교수를 기다리는 취재진으로 붐볐지만, 정 교수가 이날 지하주차장을 통해 곧바로 11층 조사실로 향하면서 출석 장면은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검찰 소환이 임박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입문 앞에서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2019.10.01 mironj19@newspim.com |
◆ 정경심, 조국 의혹의 ‘중심’
정 교수는 사모펀드·웅동학원·자녀 입시 특혜 등 조 장관 관련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조 장관 인사청문회가 있었던 지난달 6일 장녀 조모(28) 씨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별다른 조사 없이 기소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으나 검찰은 “이때까지 확보한 인적·물적 증거를 봤을 때 혐의가 명백히 인정된다고 판단해 기소한 것”이라며 일각의 비판을 일축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공소장에 “‘성명불상자’ 등과 공모하여 2012년 9월 7일경 동양대학교에서 딸의 대학원 진학 등을 위해 행사할 목적으로 실제 총장 표창장 양식과 유사하게 표창장을 만들고,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동양대 총장상을 스캔한 뒤 일부를 오려내 다른 파일에 붙여넣는 방식으로 상장을 위조했다”며 “관련 자료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특정일에 위조한 순서와 전 과정이 명백히 확인돼 있는 파일을 압수했다. 구체적 내용은 공판 절차에서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사모펀드 등 의혹도 검찰이 정 교수를 상대로 들여다 보는 부분이다. 조 장관 일가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출시한 ‘블루코어밸류업1호’에 10억 50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코링크 PE의 실소유주가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36) 씨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편법 재산 증여를 위한 ‘가족펀드’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 장관은 관련 의혹에 대해 “5촌 조카의 추천을 받아 투자를 했을 뿐 구체적인 투자처 등 사모펀드 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으나, 이후 정 교수가 코링크PE 투자처 운영에 개입했다거나 코링크PE 초기 사업자금을 댔다는 등의 의혹이 계속해서 불거졌다. 이를 두고 검찰은 5촌 조카 조 씨와 정 교수가 ‘공범’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 외에도 정 교수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동양대 사무실 PC를 들고 나와 자산관리인 김모(37) 씨에게 하드디스크 교체를 부탁하고, 원본 하드 보관을 부탁하는 등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진술과 자료를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19.10.01 alwaysame@newspim.com |
◆ 추후 신병처리 여부는?…“통상의 경우 구속수사”
검찰은 “이날 하루 안에 조사가 마무리될지는 봐야 안다”고 말했지만, 정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가 광범위한 만큼 단번에 조사가 종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정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을 종합적으로 볼 때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한 수순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도 “단적으로 표창장 위조 의혹만 놓고 보더라도 통상적인 경우라면 구속 수사 후 구속기소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정치적 부담이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연일 ‘정치검찰’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성찰해주기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꾸짖은 상황이다.
검찰이 현직 법무부 장관 부인이라는 신분 고려 없이 정석적으로 수사 진행을 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 교수의 비공개 소환을 두고 “대통령과 여당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유감”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한 황제소환”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 역시 “정 교수의 비공개 소환은 문 대통령이 만들어준 ‘맞춤 특혜’”라며 “불필요한 관행은 바뀌어야겠지만 그 첫 번째가 조 장관 부인 정 씨에 대한 ‘황제소환’이 되는 것에 국민들은 냉소한다”고 평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