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과 홍콩 증시 교차거래 시스템인 후강퉁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5년을 맞았다. 2014년 11월 후강퉁 시행으로 중국인 투자자들은 홍콩증시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됐고,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도 홍콩거래소를 통해 중국 증시 A주(중국 본토증시에 상장된 중국종목)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후강퉁 제도 시행은 지난 2002년 QFII(외국인 적격 기관투자가)제도 도입으로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중국 증시 투자가 가능해진 이후 12년 만으로,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에게 중국 본토 주식을 투자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또하나의 획기적인 증시 개방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은 지난 2001년 WTO 가입 이후 자본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고, 이에 따라 외국자본의 중국 A주 투자규모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올해 9월 초에는 QFII의 투자 한도까지 철폐했다. 외국자본의 중국 증시 참여가 늘어나면서 중국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세력의 영향력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후강퉁 도입 5년을 맞은 중국증시가 제도 정비 및 시장개방 확대로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맞고 있다. 지난 5년간의 상하이종합지수 흐름도. [캡처=텐센트 재경] |
중국증시는 전통적으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컸는데 이런 점이 중국증시 성장에 제약요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증시는 각종 기금 등을 비롯해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후강퉁 시행 5년이 되는 현 시점에서 외국인의 A주 투자활동과 영향력도 몰라보게 확대되는 추세다.
전반적인 시장(지수) 흐름과 상관없이 외국 기관 투자가의 매입 및 보유가 늘어나면 덩달아 주가가 오르고 외국인이 손을 빼면 주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외국인 자금의 향방은 중국 증시 투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투자 점검 사항 중 하나가 됐다. 실시간 증권투자 모바일 정보 앱들도 외국인 자금의 동향을 비중있는 시장 뉴스로 전하고 있다.
외국인 자본은 대체로 중국의 대형 우량주를 선호한다. 후강퉁 5년 동안 외국인들이 집중 매입하거나 대량 보유하고 있는 우량 상장기업들 주가는 수백 퍼센트, 심지어 10배(1천 퍼센트) 가까이 급등하는 놀라운 실적을 나타냈다.
이런 종목은 주로 소비와 금융 업종 주식으로서, 귀주모태(貴州茅台, 구이저우마오타이)와 중국평안(中國平安), 격려(格力, 거리)전기, 항서(恒瑞)의약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한국 기관 투자가인 QFII들이 선호하는 중국 종목 포트폴리오와도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특히 이가운데 귀주모태 주가는 후강퉁 도입당시인 2014년 11월 120위안대에서 5년만인 현재 1200위안 전후로 폭등했다.
대표적인 외국인 선호주인 귀주모태 주가가 후강퉁 5년동안 800% 가까운 놀라운 주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후강퉁 시행 5년간의 귀주모태 주가 추이. [캡처=텐센트재경] |
중국 증시는 최근 외국 기관과 펀드 등 다양한 유형의 기관 투자가들의 시장 진입이 늘어나면서 개인 비중과 영향력이 상대적 약화하는 추세다. 증시 관계자들은 “중국증시가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급속히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변화 속에 최근 중국증시 개인들 사이에는 위험을 회피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투자 움직임을 추종하고, 외국 기관 선호주를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증시투자에 있어 외국기관들이 오랜 경험과 뛰어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정보력과 리서치 능력도 중국에 비해 막강하다는 점 때문이다.
후강퉁 시행 5주년을 맞은 중국증시가 외국인 및 기관 영향력 확대와 중국 당국의 지속적인 증시 대외 개방 조치로 생태계에 지각변동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게임규칙이 바뀌고 수익모델이 다양해졌으며 제도 시행 초기 급등락을 경험했던 주가 흐름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또한 중국투자의 약점인 리스크 헷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도입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중장기 국가 과제로 삼고 있음을 감안할 때 증시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위안화 자본 계정 자유화도 계속해서 촉진될 전망이다. 위안화 태환과 자본유출입이 개선되면 중국 금융시장 투자의 기회 요인도 그만큼 증가할 것이다. 이제 후강퉁 도입 10년 앞을 내다보고 중국 증시 투자 로드맵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