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화이트국서 제외되면 최소 2년은 유지될 듯”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대책마련에 분주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전자업계가 일본의 수출규제 확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선제 조치에 나섰다.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법(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시행일자는 다음달 20일이 되는 만큼 한 달여 동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비해 SK하이닉스는 △포토레지스트(PR)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 외 추가 제재가능 품목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해당 품목의 재고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도 추가 제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원재료를 파악함과 동시에 대체 공급처를 물색하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계는 반도체 쪽에 비해 당장 큰 영향을 받진 않고 있지만 내달 화이트리스트 국가 명단에서 제외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추가 제재에 대비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이번 규제강화 품목 외 소재를 다루는 일본 회사에 "앞으로도 안정적인 공급을 부탁한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주요 소재의 국가별 수입비중(2019년 1~5월). [자료=무역협회] |
전자업계가 일찌감치 대비에 나선 이유는 추가 규제 가능성이 언급되는 핵심 품목 중 대일 의존도가 높은 것들이 남아있기 때문.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통제대상품목에 있는 블랭크 마스크, 리소그래피 장비, 이온주입기, 전력반도체(PMIC) 등이 추가 규제 가능성이 높은 제품으로 언급된다.
업계에선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앞선 세 품목의 수출 규제 강화와 비교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화이트국 지위를 잃게 되면 일본 기업들은 그간 신청이 면제되던 1100여개 전략물자에 대해 매번 개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수출 승인까지 통상 90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본제품을 시급히 조달해야 하는 국내 기업은 생산에 차질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일 간 기술교류도 어려워진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한 번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양국 분위기가 좋아져도 일본이 곧바로 다시 한국을 리스트에 재등록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최소 2년은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남은 한 달간 화이트국에서 제외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기업도 만일의 상황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서 일본 고위 관료가 “(수출이) 민간용이라면 당연히 허가를 내줄 것이며 이것이 글로벌 공급망을 파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규제완화 움직임이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입장을 낸 게 아닌 이상 규제 완화로 볼 수 없고, 화이트리스트 제재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일본에서도 내부적으로 부담이 있어 조정 필요성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며 “하지만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와야지 지금 규제완화 등을 얘기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