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부여 화지산유적에서 사비백제 초석건물지와 계단식 대지조성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인 '부여 화지산유적(사적 제425호)' 발굴조사에서 백제 사비기 초석건물지와 대규모 대지조성시설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화지산유적 일대 전경 [사진=문화재청] |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의 하나로 발굴조사 중인 부여 화지산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부소산성·관북리 유적 등과 함께 백제 사비기 중요 유적이다. 사비백제의 이궁지로 전해지며 백제의 중요 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6차 조사는 화지산 서쪽 비탈면에 대한 발굴조사로 2018년 5차 조사에서 확인한 초석건물지 3동과 연결되는 초석건물지 3동이 추가로 확인했다.
총 6동의 초석건물지는 축조 방향이 동-서로 모두 서향을 하고 있는 건물이다. 초석은 원형과 긴사각형, 사각형의 다양한 형태가 확인됐다.
L 자형 대지조성시설 [사진=문화재청] |
초석과 초석 사이에는 고맥이시설(기와 건물에 벽체를 조성하기 위한 하부시설)이 확인됐고 연꽃무늬 수막새, 기와도 확인돼 지붕 조성에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건물지의 앞쪽과 뒤쪽으로는 배수구를 조성했으며 배수구 내부에서 다량의 기와와 토기가 확인됐다.
초석건물지는 옆면이 두 칸 이상인 건물지와 옆면이 한 칸인 회랑(지붕이 있는 긴 복도)형 건물지가 나란히 연결된 특징을 지녔다. 또한, 화지산유적 서쪽 비탈면에서 대지 경사면의 암반을 동-서 'L'자형으로 땅을 판 다음 흙으로 일부를 다시 메워 평평한 대지를 조성한 흔적을 확인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계단식 대지를 조성해 건물들을 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확인한 초석건물지와 계단시설 등의 유구와 함께 연꽃무늬 수막새, 백자 조각, 2015년 조사에서 나온 백자 벼루 등의 유물은 사비백제 왕궁인 관북리유적과 왕궁성으로 조성된 익산 왕궁리유적 등에서 확인한 유물‧유구와 흡사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그동안 기록과 이야기상에만 존재해온 사비백제 이궁의 전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9-2호 건물지 내부 토기 출토 모습 [사진=문화재청] |
올해 부여 화지산유적 발굴조사는 8월 초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조사에서 확인된 추가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건물지의 성격을 밝혀나간다.
부여 화지산유적은 1986년과 2000년 발굴조사에서 팔각우물과 초석건물지 등을 확인했으며 유적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2001년 사적 제425호로 지정됐다. 2015년부터 발굴을 재개해 2015~2016년 2‧3차 조사에서 초석건물지 2동, 계단지, 축대와 11점의 나무삽이 출토됐다. 2017년 시굴조사에서는 화지산유적 중심시설이 현재 궁남지와 군수리사지를 바라보고 있는 서사면부 일대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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