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사회 서울시

속보

더보기

[정기자의 IN서울]도심 한복판 ‘생리대 자판기’, 세상밖으로 나온 ‘월경권’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공공 생리대 지원 정책, 유엔 공공행정상 수상
저소득층 지원 이어 비상용 자판기 공공기관 확대
여성 정책 아닌 불특정 다수 위한 공공정책 안착
월경권 논의 활발, ‘젠더’에 따른 정책 접근 필요

[편집자주]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 서울시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인구 1000만을 위한 수많은 주택·경제·교통·환경·복지·안전·문화·행정 정책들이 숨쉬고 있습니다. 뉴스핌이 [IN서울]로 그 정책들을 향해 한발 더 다가섭니다. 생생한 현장과 심도있는 진단으로 서울시 정책의 민낯을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혹시 ‘월경권’과 생리, 그리고 생리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올해 볼혹에 갓접어든 40대 유부남인 기자는 솔직히 몰랐습니다. 중학교 성교육 수업에서 처음으로 생리대를 만져본 후 10년쯤 지나 여대 행사에 두 번째로 조우한 기자에게 생리와 생리대는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관심도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생리는 여자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40년. 그 생각이 깨진건 순전히 이번 취재 때문입니다.

시작은 지난 5월말 받은 서울시의 보도자료. 2016년부터 시작한 ‘공공 생리대 지원 정책’으로 올해 유엔에서 공공정책상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게 뭔데 유엔에서 상을 받지?’라는 생각에 시작된 마우스는 돈이 없어서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하는 여학생에 대한 이야기에서 오랫동안 멈췄습니다.

서울시 공공생리대 정책의 시작은 2016년. 이렇듯 생리대 살 돈조차 없어 고통받는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무료 생리대 지원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에는 미처 생리대를 준비하지 못한 여성들을 위해 공공기관 11곳에 무료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하는 사업도 도입했습니다. 이 자판기는 올해 6월부터 160곳으로 확대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공공 생리대 지원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큽니다. 단순한 여성용품 지원 사업을 넘어 이른바 ‘월경권’에 대한 논의와 함께, 맞춤형으로 인식됐던 여성 정책이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공행정’으로 정착하는 모범적 사례가 될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시행 4년, 유엔 공공행정상 수상을 계기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 서울시 공공 생리대 지원 정책 현장을 찾았습니다.

◆비상용 ‘무료’ 생리대 자판기, ‘건강권’을 이야기하다

우선 체험을 위해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가 설치된 공공기관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160곳에 달하는 공공기관은 ‘스마트서울맵’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청 인근에는 서울도서관과 서울시립미술관에 설치된 상태입니다.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는 무료입니다. 그냥 레버만 돌리면 되는 방식과 안내데스크에 마련된 무료 코인을 넣고 사용하는 두 가지 모델을 공공기관에서 선택해 설치합니다. 자판기는 여자 화장실 안에 있습니다. 외부에 설치할 경우 다른 사람(특히 남자)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서울도서관에 설치된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왼쪽)와 사용모습. 2019. 06. 20. yrchoi@newspim.com

체험을 위해 방문한 서울도서관에서는 하루 평균 5~10명 정도가 비상용 자판기를 이용한다는 설명입니다. 주말(토요일)에는 1.5배 가량 사용자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서울도서관 자판기는 코인형. 혹시 모를 사용자들의 부담을 위해 담당 공무원과 마주칠일 없도록 무인 코인통을 따로 마련한 ‘배려’가 눈에 띄었습니다.

기자는 남자(40대 유부남)입니다. 그래서 부득이 여성들의 의견을 물어본바, 대다수 여성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이용할 수 있어 거부감이 적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반면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비상용이지만 급할 때는 편의점이 훨씬 더 찾기 쉽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평가가 엇갈렸지만, 그동안 적극적인 논의가 많지 않았던 생리(대)에 대해 정책적인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생리는 개인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 사회적 논의 필요”

2016년부터 공공 생리대 지원 정책을 이어오고 있는 서울시. 과연 이 정책은 어디에서 시작됐고 중장기적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뉴스핌과 만난 김순희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은 “비상용 생리대 비치 사업은 시민의견에서 시작된 정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순희 서울시 여성권익담당관 2019.06.19 leehs@newspim.com

서울시에 따르면 2018년 6월 ‘민주주의 서울’에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면 어떨까요?’라는 제안이 올라왔고 이 의견은 한달 동안의 투표기간 동안 찬성 92%(1350명), 반대 7%(109명)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시민제안을 정책에 적극 반영한다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공공 생리대 정책은 같은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며 사용자 만족도 조사에서 4.42점(5점 만점)을 기록, 6월부터 160여개 기관으로 확대됐습니다.

김 담당관은 “생리대는 그동안 개인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건강이나 안정성 등과 연결되며 사회적 아젠다로 논의되고 있다. 이번 유엔 공공정책상 수상은 서울시의 공공 생리대 지원정책이 여성 ‘특혜’가 아닌 인류의 절반을 위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행정 서비스라는 것을 인정 받았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60곳의 공공기관은 △청소년시설 54곳 △도서관 18곳 △복지관 42곳 △박물관 9곳 △여성기관 37곳 등입니다. 서울시가 가장 큰 신경을 쓴 곳은 생리대의 ‘안정성’입니다.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리를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김 담당관은 “더 많은 공공기관과 협의해 생리대 자판기를 200개 이상까지 늘릴 계획이다. 시민들의 반응 등을 감안해 나중에는 여성 청소년 시설이나 화장실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민간기업들의 동참까지 이어진다면 많은 여성들이 편리하게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세상밖으로 나온 월경권

공공 생리대 지원 정책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월경권(생리권)’과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월경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월경권은 2017년 생리대 유해성 논란을 계기로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변변한 선택권도 없이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않은 일회용 생리대 사용을 ‘강제’받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월경권의 시작이라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생리대 진열대 <뉴스핌DB>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월경은 선택할 수 없는, 인류의 절반인 여자로 태어나면 대부분 겪어야 하는 현상이지만 그동안은 개인의 문제, 심지어는 ‘감춰야 할 일’로 여겨져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다”며 “월경권은 여성들에게 기본권과도 같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건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공공 생리대 지원 정책이 유엔의 인정을 받은 건 월경권과 연결된 성평등에 대한 지점일지도 모릅니다. 유엔은 2015년 9월 총회에서 193개국 정상들이 서명한 17개의 지속가능개발목표에 ‘젠더 평등(Gemder Equality)'을 포함했습니다.

함 교수의 말처럼 생리는 인류 절반인 여성이, 자신의 선택권이 아닌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수없이 겪어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생리를 할 수 있는 월경권은 또 다른 ‘인권’일지도 모릅니다. 서울시가 공공 생리대 지원 정책을 ‘기본권’와 연결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넘어야 할 ‘편견’, ‘젠더 정책'을 향한 기대감 

지금도 포털 사이트 베너를 누르면 생리대가 없어서 고통받는 청소년들의 사연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달에 필요한 생리대는 평균 40장 정도며 비용은 1만2000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월 1만2000원이 없어서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그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 건 당연한게 아닐까요. ‘생리’라는 단어에서 편견을 뺀다면 이 정책은 ‘공공’이라는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입니다.

유엔이 선정한 17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리스트. '인류의 절반인 여성'에 관한 목표인 '5. GENDER EQUALITY'가 보인다. [출처=KOICA]

반면 공공 생리대 지원 정책에 대한 날선 반응도 있었습니다. 내가 낸 세금으로 왜 여자만을 위한 지원을 하냐는 반발이 대표적입니다. ‘그것’까지 나라가 도와줘야 하냐는 댓글도 보였습니다. 월경권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성’과 ‘생리’라는 두 단어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견고한 듯 보였습니다.

사물인터넷(IoT) 생리컵 스타트업 룬랩의 황룡 대표는 “남자가 생리컵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악플에 시달렸고 보수적인 벤처캐피탈(VC)들은 투자조차 꺼렸다”며 “불편하고 어색하고 낮설다는 이유로 거부감은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더라. 결국 이들의 편견을 어떻게 무너뜨리느냐가 생리와 월경권을 둘러싼 다양한 대화와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편견을 깨는 건 대화와 이해라는 지적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성과를 분석한 후 공공 생리대 지원 사업의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과연 이 정책이 여성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사업을 넘어 월경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확대하고 나아서 ‘젠더 공공 정책’이라는 새로운 모델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요. 서울시의 시도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peterbreak22@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신임 법무장관에 민변 출신 이용철 '성남라인'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새 법무부 장관에 이용철(66·순창) 현 방위사업청장, 국세청장에 안덕수(55·부산) 서울지방국세청장을 후보로 지명했다. 청와대 새 정무수석으로는 최인호(60·창녕)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 출신인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을 임명했다. 임광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 발표 브리핑을 했다. 임 실장은 "국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소통하겠다는 의지이며 국민 삶 속에 정책 변화와 효능감이 체감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이번 인사 방향을 설명했다. 임 실장은 이 법무장관 후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으로 인권 보호와 민주 가치 증진에 힘써 온 변호사"라며 "참여정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역임하며 반부패와 제도개혁을 주도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임 실장은 "법조인이면서도 구조개혁 등 다양한 행정 경험을 갖춘 만큼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안착시키고 누구도 소외되거나 억울한 일을 겪지 않는 법무 행정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번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임 실장은 이 후보가 과거 대장동 사건에 연루됐다는 언론 질문에 "그 부분은 검증 때 감안됐고 자세한 건 국회 인사청문회 때 본인이 소명할 걸로 기대한다"며 "적임자를 뽑기 위해 다양한 많은 분에 대한 검증이 있었다"고 밝혔다.  안 국세청장 후보에 대해 임 실장은 "국세청 1조사국장과 징세법무국장, 납세자보호담당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세무 행정 전문가"라며 소개했다. 임 실장은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국민이 손해 보지 않도록 악의적 탈세와 숨긴 재산은 끝까지 추적해 조세 정의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 최 정무수석 내정자에 대해 임 실장은 "부산 지역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최고위원과 수석대변인을 역임하며 소통과 통합의 가치를 실천해 온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임 실장은 "우리 사회의 통합과 성장을 위해 더 낮은 자세로 여야,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임 실장은 "청와대 내부 인사는 검토가 되는 대로 업무의 연속성과 개혁 성과, 국민 체감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적당한 시점에 인사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pcjay@newspim.com 2026-11-06 15:53
사진
한진칼 최대주주 오른 호반건설…항공업 진출?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호반그룹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을 0.11%p(포인트) 차로 제치고 한진칼 최대주주(지분율 20.69%)에 오르면서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순 투자라는 공식 입장과 달리, 건설업 불황 속 한진칼 지분이 그룹의 재무적 가치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은 데다 과거 금호산업 인수전부터 이어진 항공업 진출 구상에도 다시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분양 반토막·PF 대위변제 덮은 6152억 평가차익… 호반의 '손익 방어막' [AI그래픽=송현도 기자] 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주택·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수천억원을 투입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배경에는 재무적 실익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칼 주가 상승에 따른 대규모 평가이익이 건설업 불황으로 악화한 그룹의 실적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의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1조2326억원, 영업이익은 1361억원으로 전년(매출 2조3706억원, 영업이익 2716억원) 대비 각각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주력 사업인 분양수익이 1조1476억원에서 2531억원으로 급감한 영향이 컸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472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의무에 따라 4395억원을 대위변제하면서 2381억원의 기타대손상각비를 인식하는 등 재무 부담도 커졌다. 올해 2월에는 대위변제에 따른 구상채권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대구 황금동 주상복합 용지를 2750억원에 취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본업 부진을 상쇄한 것은 한진칼 지분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이다. 취득원가가 6966억원인 한진칼 지분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1조5544억원으로 늘었다. 호반건설은 이를 통해 한 해 동안 6152억원의 금융자산 평가이익을 인식했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은 4752억원으로 전년(2657억원)보다 78.8% 증가했다. 100% 자회사인 호반호텔앤리조트도 비슷한 구조다. 본업 영업이익은 182억원에 그쳤지만,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장부가액 5902억원)에서 2267억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이익 1872억원을 기록했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이를 바탕으로 모회사 호반건설에 1000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하며 자금 공급 역할도 했다. 결국 한진칼 지분은 호반그룹의 실적 방어와 현금 확보에 기여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이어지면서 한진칼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평가이익 확대는 물론 그룹의 순이익과 배당 여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집중투표제' 무기 쥔 호반… 이사회 진입 시 한진 경영권 영향 호반이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진입에 성공할 경우, 단순 주주를 넘어 한진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한진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칼은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상법 개정에 맞춰 정관 제30조의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했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받고 이를 특정 후보 1명에게 몰아주거나 나누어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내년 3월 주총이 한진칼에 집중투표제가 의무 적용되는 첫 무대가 된다. 내년 3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배성례(ESG경영위원회·보상위원회 위원장), 송백훈(분리선출 감사위원 겸 감사위원장), 홍동표(감사위원 겸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장) 위원 등 3명이다. 특히나 분리선출 감사위원 표결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강화된 '3% 룰'이 적용된다. 오는 12월 31일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최대주주가 되는 쪽이 의결권에서 불리해지는 구조다. 조원태 회장이 예고대로 12월 중 지분 0.49%를 추가 매수해 최대주주를 탈환하면 조 회장 측 전체 의결권은 3%로 묶이는 반면, 2대 주주가 되는 호반 측은 계열사별로 나눠 총 6.32%를 행사할 수 있다. 호반 입장에서는 감사위원 표결의 실리를 챙기기 위해 연말까지 조 회장의 최대주주 복귀를 용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반 사외이사 선임에서도 호반이 주총 6주 전(내년 2월 중순)까지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꾼 뒤 집중투표제를 신청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호반 측 인사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1석이라도 진입하면 상법상 회계장부 열람권과 주요 안건 의결권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자금 지원, 자회사 부동산 매각, 배당 정책 등에 관여할 수 있다. 나아가 호반호텔앤리조트(리솜리조트)와 한진칼 산하 호텔·관광 계열사(칼호텔네트워크, 한진트래블) 간의 사업 시너지나 자산 매각 협상을 요구할 기반도 확보하게 된다. 반면 한진칼은 지난해 8월 보유 자사주 44만44주(0.66%)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전량 출연해 현재 방어에 쓸 수 있는 보통주 자사주가 3주뿐이다. 올해 1월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가 그랜드하얏트인천 웨스트타워를 2100억원에 매각해 한진칼 본사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3201억원)은 늘어났지만,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방어에 나설 수는 없어 조 회장 개인과 우호 세력의 자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 금호산업 인수전부터 이어진 항공업 진출 시도… 산은 지분 매각이 승부처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호반의 목표가 단순 차익 실현을 넘어 한진그룹 경영권 인수에 맞춰져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상열 호반그룹 창업주는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였던 금호산업 인수전에 단독 응찰하며 항공업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채권단과의 가격 이견으로 무산됐지만, 이후 리솜리조트와 퍼시픽랜드를 인수해 레저 사업을 확장했고 2022년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며 항공·레저 수직계열화를 추진했다. 주택 사업에 편중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바꿀 카드로 한진칼을 낙점했다는 평가다. 내년 3월 주총에서는 조 회장 측과 델타항공, 한국산업은행(10.58%) 등 우호 지분이 과반에 육박해 당장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다. 한진칼 시가총액이 적정 가치(3조3000억원 추산)를 웃도는 12조3000억원대까지 올라, 장내에서 지분 1%를 추가 확보하는 데 1230억원이 드는 점도 부담이다. 호반건설의 지난해 말 연결 현금 및 단기유동성 금융자산이 1조1916억원 수준이지만, 단기금융부채 역시 1년 새 679억원에서 5172억원으로 늘어 장내 매수를 지속하긴 어렵다. 결국 향후 승부처는 항공 산업 구조 개편이 끝난 뒤 시장에 나올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 10.58%다. 대한항공은 올해 5월 아시아나항공 흡수합병을 결의한 데 이어 8월 12일 소규모합병 승인 이사회 결의를 완료하며 연말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있다. 내년 3월 저비용항공사(LCC) 3사 통합까지 마무리되면 산은이 지분을 보유할 정책적 명분은 사라지고 공적자금 회수 절차가 진행된다. 산은은 2020년 11월 체결한 투자합의서에 따라 의무 위반 시 5000억원의 위약벌을 부과할 담보로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주식 385만8869주(약 5.78%)에 근질권을 설정해 두고 있으며, 유사시 조 회장 지분까지 묶어 제3자에게 팔 수 있는 동반매각요구권과 동반매도참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호반이 20%대 지분을 바탕으로 이사회에 진입해 경영에 관여하다가 향후 산은 지분 10.58% 인수전에 참여해 이를 확보할 경우, 지분율을 31%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은 지분 인수나 경영권 확보가 여의치 않더라도, 과거 대우건설·금호산업 사례에서 보듯 지분 가치를 높인 뒤 조 회장 측 우호 세력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블록딜로 넘기는 출구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dosong@newspim.com 2026-11-06 15:07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