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유화 ‘사이렌의 노래’가 29일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열띤 경합 끝에 5000만 홍콩달러(약 72억4749만원)에 낙찰됐다. 이 금액은 수수료가 불포함된 현장낙찰가(Hammer price)로, 수수료를 합산한 최종금액은 5900만 홍콩달러(약 85억5200만원)에 달한다.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063170)은 아시아및 전세계 미술애호가가 모여드는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 발맞춰 29일 오후 홍콩 도심의 아트특화빌딩 H퀸즈의 SA+에서 제28회 홍콩 경매를 개최했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 작품에 해당되는 르네 마그리트의 1953년 작품 ‘사이렌의 노래’(46x38cm)는 경매 전부터 미술애호가 및 컬렉터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르네 마그리트의 오리지날 작품은 경매에 출품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다, 홍콩에서 마그리트 유화가 경매에 부쳐진 것은 최초여서 더욱 화제가 됐다.

르네 마그리트의 유화 ‘사이렌의 노래’. 46x38cm. 1953. 서울옥션의 홍콩 경매에서 약 72억원(수수료 불포함)에 낙찰됐다. [사진=서울옥션]

이 작품의 당초 추정가는 2400만 홍콩달러(약 34억원)였으나 29일 경매에서 현장 응찰자와 전화 응찰자간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며 추정가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에 낙찰자가 결정됐다.

이번에 서울옥션이 홍콩 경매에 출품한 ‘사이렌의 노래’는 마그리트가 즐겨 사용했던 데페이즈망 기법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수평선을 바라보는 남성의 뒷모습과 촛대, 물이 담긴 유리잔, 나뭇잎이 하나의 화면에 차분하게 그려졌다. 그러나 화면 속 남자의 아이러니한 자리 배치와 대낮 바닷가에 켜진 촛불 등이 알 수 없는 긴장감과 함께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작품 속 중절모를 쓴 남자는 마그리트가 즐겨 사용했던 이미지로, 작가 자신을 상징하고 있다. 마그리트는 1950년대 이후로는 신사의 뒷모습을 주로 그렸다. 앞모습이라 해도 얼굴을 무엇인가로 가려 익명성을 강조했다. 이는 평소 남들 앞에 드러나기를 꺼리는 작가의 성정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서울옥션을 통해 거래된 작품은 지난 1953년 브뤼셀에서 열린 르네 마그리트 전시에 출품된 바 있다. 이후 미국의 소장자를 거쳐 지난 2005년에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출품돼 낙찰되기도 했다.

클로드 모네 ‘라바크루의 센 강변' 54x65cm. 1878. 낙찰가 약 36억원(수수료 불포함). [사진=서울옥션]

한편 서울옥션의 이번 홍콩 세일에는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1840∼1926)의 풍경화 '라바크루의 센 강변'(1878년작)이 추정가 범위 내인 2300만 홍콩달러(약 36억2374만원)에 낙찰됐다. 또 김환기, 이성자, 이왈종, 감태호, 고영훈, 사석원, 도성욱의 작품도 새 주인을 찾아갔다.

반면에 출품작 중 경합이 예상됐던 일본의 유명 작가 쿠사마 야요이(1929~)의 ‘무한망’(2006년작, 추정가 18억원)은 유찰됐다. 또한 프랑스 퐁피두 메츠센터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 중인 이우환의 출품작 가운데 대작인 ‘바람으로부터’(1986년작)와 근래들어 작품값이 상승 중인 백남준의 조각 ‘로봇 서커스’ 역시 낙찰자를 찾지 못했다. 서울옥션은 이날 경매에서 국내외 작가의 작품 49점을 출품, 77.5%의 낙찰률을 올렸다. 낙찰총액은 9475만4000홍콩달러(약 137억원)로 집계됐다.

art2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