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민감 반응…수생태계 건강성 평가 식물 활용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자생식물인 '생이가래'를 통해 중금속과 농약성분 등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수생태계 오염 정도를 감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자생식물 '생이가래'가 중금속과 농약성분 등 유해화학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최근 확인하고, 이 식물이 생태독성을 측정할 수 있는 시험종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19일 밝혔다. 생태독성은 특정 종류의 화학물질이 국내 생태계의 기능과 안정성, 생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 확보된 생이가래 [사진=환경부] |
생이가래는 국내 호수, 저수지, 연못 등에 널리 분포하는 한 해 살이 수생 양치식물로 채집이 쉽고 실험실 환경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생태독성을 시험할 수 있는 자생식물이다.
그동안 생태독성 시험종으로 큰물벼룩, 붕어, 송사리 등 해외 전문 연구기관에서 배양된 생물을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유해화학물질이 국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자생생물을 시험종으로 써야 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건국대학교 안윤주 교수 연구진과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수행한 '국내 자생종을 이용한 생태관리 시험종 국산화·표준화' 과제로 생이가래를 연구했다.
경기도 양평군에서 채집한 생이가래를 중금속인 니켈(0.25~2㎎/ℓ)에 노출시켜 7일간 관찰한 결과, 반수영향농도(EC50)는 0.9㎎/ℓ로 나타나 기존 연구 결과인 외래시험어종(붕어)의 니켈에 대한 반수영향농도(EC50)인 2.14㎎/ℓ 와 비교해 볼 때 낮은 값을 보였다.
반수영향농도(EC50)는 생이가래의 경우 시험에 사용된 식물의 50%가 잎 수와 잎 면적 감소 등을 나타내는 농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독성값이 낮은 생물일수록 민감한 독성시험에 사용될 수 있다. 또한, 농약성분인 아세페이트(1~300㎎/ℓ)에 노출시켜 관찰한 결과, 농도 증가에 따른 잎의 숫자와 면적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생태독성 시험종으로써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앞으로 외래생물종과의 추가 비교실험을 비롯해 환경호르몬 등 다른 유해화학물질의 반응도 실험해 생이가래가 생태독성 표준시험종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생이가래가 생태독성 표준시험종으로 채택되려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국제 공인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재 '물환경보전법'과 '농약관리법'에 따르면 수생태계 생태독성 시험종으로 큰물벼룩, 붕어, 송사리 등 총 27종이 쓰이며 대부분 일본, 미국, 독일 등의 전문 연구기관에서 자란 생물을 활용하고 있다.
서흥원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활용부장은 "생이가래와 같은 자생생물을 활용해 유해화학물질의 영향을 평가함으로써 건강한 수생태계 관리와 함께 자생생물의 가치 발굴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