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삼성전자의 지분을 5% 이상 보유, 3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뜨거운 화제를 모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대규모 주식 매입이 철저한 투자 논리에 따른 결정이며, 경영 개입을 포함한 전략적 포석이 아니라는 입장을 본지에 밝혔다.
블랙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운용 자산이 6조달러에 달하는 ‘큰 손’의 행보를 둘러싸고 금융시장에 불거진 의혹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공시를 통해 밝혀진 블랙록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5.03%. 보유 물량은 3억39만2061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블랙록은 8.96%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과 7.48%를 확보한 삼성생명에 이어 3대 주주로 부상했다.
직접적인 삼성전자 지분 매입은 블랙록 산하의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BlackRock Fund Advisors)를 중심으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 코어 MSCI 이머징마켓 ETF와 아이셰어 MSCI 이머징마켓 ETF, 아이셰어 MSCI 사우스 코리아 ETF 등 15개 펀드 및 법인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대 자산운용사의 한국 간판 기업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은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과거 7% 이상 지분을 사들이며 삼성물산을 흔들었던 엘리엇과 SK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소버린 사태와 흡사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진 것.
블랙록의 삼성전자 베팅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기관 투자자들에게 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끌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
이와 관련한 입장 및 삼성전자 주식 매입의 배경에 대한 뉴스핌의 인터뷰 요청에 블랙록은 펀드 수익률 향상에 목적을 둔 투자일 뿐 경영 참여나 지배구조 변화를 겨냥한 결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블랙록 관계자는 “내부 정책에 따라 개별 종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어렵다”며 “다만, 삼성전자 주식 매입이 대부분 인덱스 펀드를 통해 이뤄졌고, 상품의 특성 상 특정 펀드매니저나 블랙록 경영진의 전략적인 계산이 개입됐을 여지는 지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블랙록이 삼성전자 지분을 지난달 25일 4.99%에서 이달 초 5.03%로 늘린 시점은 지난해 12월 4만3000원 선에서 거래됐던 주가가 4만원 아래로 하락했던 기간과 맞물린다.
저가 매수 차원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비둘기파 정책 기조에 따라 신흥국 관련 펀드로 자금 유입이 홍수를 이룬 상황도 ETF 시장의 공룡에 해당하는 블랙록의 삼성전자 지분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블랙록이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운용 중인 ETF는 800여개에 이르며, 인덱스 펀드의 특성 상 유동성 유입이 활발할 때 특정 지역 및 섹터의 대표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수순을 취한다.
한편 블랙록은 삼성전자 이외에 SK하이닉스의 지분도 5.04% 확보했고, 금호석유화학(7.31%)과 엔씨소프트(7.11%), 두산밥캣(7.25%), 케이티엔지(6.06%) 등 총 18개 국내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