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생겨 출근시간부터 음주단속
여전히 해외 기준보다 약해…재범률 고려해야
"술에 관대한 대한민국 문화가 가장 큰 문제"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술독에 빠졌다. 과음은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음주운전, 주폭을 늘려 사회를 병들게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성인 10%가 알코올 중독이며 하루 평균 13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연말이 되면 더 잦아지는 술자리, '술이 사람을 먹는' 현 세태를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이른바 ‘윤창호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현장에선 음주운전이 근절될 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전히 외국보다 처벌 수위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술에 관대한 ‘대한민국 DNA’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윤창호법으로 출근 시간부터 음주단속을 하던데, 얼마 안 가 똑같아 질 것이다.”
음주운전 경험이 있다는 A씨(28·여)는 “음주운전자에게 시체 닦는 일을 시키지 않는 이상 분명히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경찰청 음주 운전자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18만1708건으로 하루 평균 500건 꼴이다. 특히 3회 이상 사고를 낸 상습 가해자는 △2015년 4924명 △2016년 3056명 △2017년 3460명으로 나타났다.
정수연 법무법인 늘품 변호사는 17일 “음주운전의 위험성은 널리 인식된 상태로 봐야한다”면서도 “일부 상습범들은 음주운전이 누군가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명백한 범죄 행위임을 여전히 인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윤창호법은 20대 청년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치료를 받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한층 강화됐다. 음주운전 등을 하다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음주운전 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경우에도 앞으로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운전 면허가 정지되는 혈중 알코올 농도 역시 현행 0.05~0.10%에서 0.03~0.08%로 낮아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해외의 처벌 수위와 차이가 여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뉴욕주에선 과실을 넘어선 살인이라고 판단된 교통사망사고의 경우 15~40년부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한다. 또 미국 워싱턴주의 경우 음주운전 사망사고 발생 시 1급 살인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까지 처하도록 돼 있다.
정 변호사는 “외국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경우 살인혐의를 적용해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한다”며 “재범률이 높은 음주운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인식 변화를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술에 관대한 문화’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알코올 정책 전문가 김광기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음주에 대해 여전히 관대하다”며 ”단속의 경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음주운전은 상습범이 많은데 교육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선진국엔 이미 ‘치료명령제’ 등이 도입돼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보완책을 주문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