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중간선거 후 국제무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활동이 뜸해져 역대 대통령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통상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미국 대통령들은 관심을 외교정책으로 돌리고 행정부 권력을 다잡기 위해 더욱 활발한 외교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제외하곤 내세울 만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
케르치 해협 사태 및 자말 카슈끄지 암살 문제가 각각 불거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정상들과의 만남은 피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약식 회담으로 격을 낮췄다.
대릴 킴벌 군축협회(ACA) 사무총장은 “북한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문 대통령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기회를 회피한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및 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지난 11월에는 아일랜드 방문을, G20 정상회의 귀국길에는 콜롬비아 방문을 취소했다.
토마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유럽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외교 어젠다가 없다. 버킷리스트를 모두 실행해 원하던 승리를 모두 선포했다. 이제 할 일이 없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8개월 동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파리기후협약, 이란 핵협정에서 줄줄이 탈퇴하는 등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이 성취한 협정을 모두 무효화하고, 지난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더 이상 북핵 위협이 없다고 선포했다.
표면적으로는 내각 개편과 멕시코 국경 장벽과 관련한 연방정부 셧다운 등 국내 문제가 쌓여 있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가운데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 턱 밑까지 바싹 죄어오자 정치적 위기를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정책에 대한 의욕이 줄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적 정상회의보다 김 위원장이나 푸틴 대통령과의 양자회담과 같이 보다 역사적인 이벤트와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을 끄는 화려한 행사를 더욱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WP는 지적했다.
또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이슬람국가(IS) 격퇴 캠페인, 베네수엘라와 쿠바, 이란 제재 등 외교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적 외교 무대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외교 정책에 있어 확실한 방향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회담을 위해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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