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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무엇을 위한 분양원가 공개인지 선행돼야

기사입력 : 2018년11월16일 15:55

최종수정 : 2018년11월16일 16:51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주택사업으로 돈 벌면 적폐인가요?"

정부가 분양원가 공개를 강행키로 하면서 건설업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금도 공공택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해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는데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1월부터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62개 항목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공조설비공사' 항목을 추가해 공개 항목을 더욱 세분화한다. 

분양원가를 공개해야하는 이유가 뭘까? '모범답안'은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턱없이 올려 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결국 집값을 올리기 때문이다. 즉 분양가 앙등을 막기 위한다는 당위성이 있어야 분양 원가를 공개하는 명분이 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이 분양가 앙등으로 수요자와 시장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인지 의심이 간다. 우선 분양원가 공개 대상인 공공택지는 지금도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해 분양가를 사업자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공공택지가 아닌 민간택지 공급 주택도 정부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심사를 받아야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사업자가 가져가야할 이익을 줄여 분양가를 낮추라는 뜻이다. 하지만 자동차나 핸드폰 산업의 경우 원가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는데 주택사업에만 강요하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지난 9월 경기도시공사가 동탄2신도시의 한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했을 때 건설사가 22% 가량 수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이 아파트의 분양 당시 공개됐던 3.3㎡당 건축비는 703만원. 그러나 실제 건설사가 쓴 건축비 세부 내역을 계산해보면 575만원으로 128만원 차이가 났다. 22%의 거품이 꼈다는 것이다. 계약자들은 건설사들이 자신들을 '호구' 취급했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건설사가 10%의 수익을 가져가도, 5%의 수익을 가져가도 주민들의 반발은 일어날 수 있다. 왜냐하면 건설사가 챙겨야하는 '적정 이익'이란 게 없어서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이형석 기자]

결국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에서 가져갈 수 있는 적정 이익률에 대한 기준이 없으면 공개되는 분양원가로 소모적인 논쟁만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특정 숫자를 꼬집어 일정수준 이상 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정부가 재단한다면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며 "이익률에 대한 기준을 누가 세울 것이며 그 이익률에 대한 적정성은 누가 평가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무작정 분양가를 낮추면 '로또 아파트'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며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62개 항목의 원가를 공개하면 지자체에서 합당한 분양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건설사나 공기업이 공급하는 아파트의 적정 원가가 얼마가 적정한지는 이야기할 수 없다"며 "다만 지자체에서 분양가 심의를 내릴 때 상세한 정보를 가지면 합당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택지사업은 정부에서 땅을 사들여 공급하는 공공성이 강한 사업"이라며 "과거 5년간 61개 항목의 분양원가를 공개했을 때 문제없이 사업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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