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중국이 미국 중간선거에 개입하려 한다”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 탈퇴와 북핵 위험 완화 등 자신의 업적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는다는 목적을 가지고 이번 주 유엔 일정을 시작했지만, 결국 상대를 설득하는 것보다 자신의 주장만 관철하는 촌극을 연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들로부터 면전에서 비난의 말을 들은 후 “세계 정상들이 이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고 응수하며, “이란은 나에게 돌아와 새로운 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각국 간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개최되는 유엔 총회에서 ‘왕따’ 트럼프의 활약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미국의 동맹국과 적국은 모두 무역부터 기후변화, 이란 핵협정까지 더욱 심난한 마음으로 이번 유엔 총회를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중요하고 규모가 큰 외교 무대인 유엔 총회가 이번에는 외교가 아니라 상호 비난과 조롱의 장으로 변질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25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자기 자랑을 한없이 늘어놓으며 청중의 조롱거리가 됐다. 이튿날 그가 주재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미국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면전에서 반미 감정을 드러내며 그를 모욕했다.
동맹과 다국적 기업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자국 국민을 위하는 일이 반드시 국제 협력을 희생해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프랑스와의 관계가 99% 좋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이란 등을 둘러싼 프랑스와 미국 간 갈등은 이미 알려져 있고, 이러한 갈등은 양국 관계의 1%가 넘는다”고 맞받아쳤다.
조지 W. 부시 전임 행정부 당시 이집트 및 이스라엘 주재 대사를 역임했던 대니얼 커처는 “이런 적은 없었다. 2003년 이라크 침공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의 반대 등 미국 정책은 항상 동맹들로부터 반발을 샀지만, 이번에 미국은 조롱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 떠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중국이 미국 선거에 개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그동안 자랑스러워 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우정이 끝났다고 말하면서 중국이 미국 중간선거에 개입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오찬 때는 인사를 하려는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와 악수를 나눴으나, 다른 정상들과는 달리 일어서지 않고 자리에 앉아서 악수를 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토 총리의 양자회동 요청을 거절했다며, “캐나다가 우리를 아주 형편없이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양자회동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리처드 고원 유럽외교협회(ECFR) 연구원은 “캐나다 정상에게 개인적으로 화를 내는 것은 외교적 참사”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도중 카메라에 포착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트럼프의 성공?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는 자신들이 남을 무시해도 되는 입장에 있다고 믿는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제재 부활 후 이란 경제는 악화됐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때만 해도 핵전쟁 위기에 있었던 세계가 북한과의 대화로 더욱 안전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가 유제품 관세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면 자동차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찰스 립슨 미 시카고대 정치과학 명예교수는 “국제사회는 트럼프가 하는 말을 증오하지만, 그의 입에서 경제 및 군사 측면에서 실행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위협이 나오지나 않을지 초미의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총회가 끝나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초래한 혼란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연설 도중 웃음소리가 나온 것에 대해 청중들이 자신을 비웃은 것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웃은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은 나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총회에서 양자회담 중인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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