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취준생뿐 아니라 직장인도 공부... "성공하고 싶어서"
독서실은 때아닌 호황... 일일권 끊는 손님 늘어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모든 취준생의 꿈 아닐까요? 성공하고 맞는 명절".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1일 서울 동작구의 한 대학도서관에서 인·적성 시험을 준비하던 정모(27)씨는 이번 추석에 고향에 가지 않기로 다짐했다. 하반기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는 그에게 이번 추석 연휴는 헛되이 보낼 수 없는 시간이다.
정씨는 매년 명절마다 방문했던 그리운 고향 집 대신에 이번만큼은 도서관에 남아 막바지 취업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보다 취업 생각이 더 크다"며 "대기업 취업하고 당당하게 내년 설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해가 바뀌어도 여전한 취업난 탓에 취준생들은 연휴 기간 고향 방문을 꺼리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한가위를 앞두고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취준생 922명을 대상으로 추석 계획 조사한 결과, 52.8%(487명)의 취준생이 "올 추석 친지 모임에 불참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친지들과 만남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고 답한 사람이 45.2%(220명)로 가장 많았다. "현재 나의 상황이 자랑스럽지 못해서"라고 한 사람은 44.8%(218명)로 뒤를 이었다. 31.4%(153명)의 사람들은 명절에 취업 준비를 한다고 했다.
대다수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은 취준생들과 비슷한 처지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 입학해 5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는 일반직 공무원 준비생 남모(30)씨는 이번 추석 역시 서울에서 공부에 매진할 생각이다.
남씨는 "시험 합격을 못 한 상황에서는 어디를 놀러 가더라도 찝찝할 뿐"이라고 했다. 다음 시험까지는 6개월가량 남았지만, 남씨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독서실과 스터디 카페 등은 한가위를 앞두고 때아닌 예약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국공립도서관의 연휴기간 휴관으로 갈길 잃은 사람들이 독서실 등으로 몰리는 것이다.
경기 성남의 한 독서실에서 근무하는 김모(23)씨는 "추석에 영업하느냐는 문의 전화를 오전에만 여섯 차례 받았다"고 했다. 그는 또 "독서실은 한 달 단위로 등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연휴 때만 공부하고 싶다고 일일권을 예약한 손님도 많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에게 추석 연휴는 공부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외국계 기업 이직을 꿈꾸고 있는 김모(29)씨는 실제로 인터넷 취업 커뮤니티를 통해 '추석 스터디'까지 꾸렸다.
김씨는 "평소 부족하다고 느꼈던 중국어 공부에 신경 쓸 계획이다"면서도 "결혼을 채근하는 친척들을 만나는 것 또한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