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중심 M&A 시장 열릴 가능성 높아
교보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등 꾸준히 하마평
상반기 실적 호조로 몸값 높아진 것은 부담
신규 금융투자업 진출 노리는 구매자도 주목해야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올해 증권가 인수·합병(M&A) 최대어로 꼽히던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매각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막혀 있던 두 회사 모두 금융당국 승인이 나면서 경영권 이전의 마지막 걸림돌이 사라진 것.
이에 금융투자업계 시선은 차기 M&A 시장에 등장할 후보군으로 쏠릴 전망이다. 일단 남은 시간을 감안할 때 연내 새로운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M&A 수요 및 매각 예상가에 따라 이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17일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월26일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심의를 통과한 SK증권은 같은 달 30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SK㈜에서 J&W파트너스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DGB금융지주로의 자회사 편입을 승인받은 하이투자증권 역시 다음 달 30일 주주총회에서 인수 작업에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다.
증권사 간 인수·합병이 결실을 본 것은 지난 2017년 1월 통합 KB증권 출범 이후 약 2년 만이다. 그 동안 증권사 M&A 시장은 과거와 달리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게 사실이다. 이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위한 대형사들의 합종연횡이 마무리됐고, 작년 하반기 이후 실적도 호조를 보이면서 M&A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온 것 역시 모기업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외부 요인이 더 컸다. 두 회사를 소유했던 SK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나란지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고, 금산분리법에 따라 지주회사 설립 이후 2년 안에 증권 계열사를 반드시 매각해야 했다.
반면 앞으로는 이전의 증권사 M&A 사례와 비슷한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실제로 향후 M&A 시장의 잠재적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교보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거나, 모기업이 아예 금융투자업을 정리하려는 경영적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매각이 비교적 손쉬운 중소형 증권사라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 중 하나다.
교보증권의 경우 대주주인 교보생명을 통해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새로운 회계기준인 IRFS17과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지급여력(RBC) 비율 하락 방어를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영구채 발행, 기업공개(IPO) 등과 함께 교보증권 매각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유안타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두 회사 모두 최근 몇 년 간 M&A설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유안타증권의 경우 회사 차원에서 매각설 자체가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이고,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매각을 급하게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익 구조가 다변화되면서 M&A를 새로운 돌파구로 마련하려는 증권사들이 적지 않다”이라며 “대형사 중심의 이합집산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들에 대응하기 위한 나머지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초대형 IB 외에 자기자본 확충 또는 신규 금융투자업 진출을 원하는 구매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M&A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한 우리은행은 이르면 연내 지주사 출범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풍부한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M&A를 통해 포트폴리오 확충에 나설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우리종합금융의 증권사 전환과 함께 다른 증권사와의 합병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된다.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한 DGB금융지주처럼 지방 거점 금융사나 사모펀드가 증권사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몇몇 증권사 역시 자기자본 확대를 목적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 인수를 적극 검토하는 등 M&A에 대한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초대형 IB 도입으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빈부격차’가 심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생존의 기로에서 돌파구를 노리는 증권사나 금융투자업에 관심 있는 구매자들이 서로 물밑에서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