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돈 많을수록 상가·빌딩 많아…세후 10% 수익률
일반인, 상가 투자 어렵고 정보 없어…리츠 투자도 생소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퇴직후 상가 건물에 투자한 A씨는 부동산 전문가로 통한다. 가족들이 모두 건물주여서 일찍부터 상가·오피스 투자에 눈을 떴다. 직장을 그만둔지 1년이 넘었지만 생활비 걱정은 없다. 1년치 생활비를 미리 통장에 입금해둔 데다 상가에서 나오는 임대 수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원 B씨는 아직까지 스스로 집 계약을 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해본 경험이 없다. 얼마 전 리츠(REIT's: 부동산 투자회사) 상품인 신한알파리츠 공모 소식을 듣고 청약을 해볼까 했지만 절차를 몰라 기한을 놓쳤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부(富)의 양극화만 있는 게 아니다. 부동산 정보에서도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 정보가 많고 여윳돈이 있어 수익률 높은 투자처에 접근할 수 할 수 있다. 반면 직장인을 포함한 일반인들은 눈뜬 장님 신세나 다름 없다.
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8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국내 부자들 중 85%는 빌딩, 상가와 같은 투자용 부동산을 보유한 '건물주'였다.
특히 부자의 총자산이 많을수록 투자용 부동산 비중이 높았다. 총자산이 30억원 미만인 부자들은 전체 부동산 포트폴리오에서 빌딩, 상가 비중이 4.9%에 불과했다. 반면 총자산 30~50억원인 부자는 17.3%로 3배가 넘었고, 50~100억원은 25.5%, 100억원 이상은 39.3%로 비중이 상승했다.
실제 부자들이 향후 유망한 투자처로 꼽은 부동산도 상가(34.8%)가 가장 많았다. 최근 상가에 투자한 A씨는 "아파트보다 임대수익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는 투자액 대비 월세 수익률이 많아봐야 2~4%인데 상가는 입지가 좋을수록 10%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5억원을 투자해서 세금을 제외하고 매년 5000만원 정도 버는 셈이다.
상가, 빌딩은 높은 임대수익률을 창출해 부자들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다. 반면 일반인들은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접할 기회가 부족한 실정이다.
[자료=2018 한국 부자보고서] |
평범한 직장인이 몇억원에서 몇십억원에 이르는 상가에 투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관련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
B씨는 "상가는 아파트와 달리 실거래가 신고를 하지 않는다"며 "거래량이나 실제 거래 가격을 알려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돌아다니며 집요하게 조사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가는 아파트에 비해 투자금액이 큰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도 수익성이 좋은 상가는 공개하지 않고 쥐고 있다가 자산가들에게 직접 추천해서 매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대형 오피스빌딩은 부동산중개회사가 아니라 메이트플러스, CBRE, 세빌스와 같은 전문 컨설팅회사들이 임대차 컨설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개미투자자도 소액으로 빌딩에 투자할 수 있는 '리츠(REIT's: 부동산 투자회사)'를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리츠는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전문가 그룹이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고 그 수익(임대소득, 매매차익, 개발이득)을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부동산 실물에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 투자회사 주식을 사는 것이어서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현금화도 쉽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아직 생소한 투자 상품이다. 지난 6월 청약을 진행한 공모 리츠 이리츠코크렙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리츠코크렙은 이랜드리테일이 뉴코아아울렛의 매출 상위권 점포인 일산점, 평촌점, 야탑점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한 리츠다. 초기 5년간 연 7%의 예상 운영수익률을 내걸었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 배정된 316억원 중 절반도 안되는 142억원만 청약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상가 부자들과 일반인들 사이에 부동산 정보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명한 메이트플러스어드바이저 리서치파트장은 "고액자산가들은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자산관리(WM) 서비스를 받지만 일반인은 이런 서비스를 받기 어렵고 투자 정보가 부족하다"며 "정보가 있어도 자산이 많지 않아서 상가를 비롯한 근린생활시설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으로도 고가의 오피스나 상가, 마트에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펀드나 리츠가 있지만 공모상품 자체가 많지 않고 흥행에 실패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며 "개인들이 (이런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