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호실적 행진에도 비은행 계열사 성적 희비
KB증권·신한카드·하나카드·농협생명 등 부진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주요 금융그룹이 올 상반기에 사상 최대 등 화려한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로서는 활짝 웃지 못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은행의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이고, 은행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는 부진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에선 증시 호황에도 KB증권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에선 카드사의 실적이 악화됐다. 농협금융에선 NH농협생명이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농협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조8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늘었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은행은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지만 비은행 계열사는 희비가 엇갈렸다. 각 금융그룹마다 증권, 카드, 보험사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리딩 뱅크'를 지킨 KB금융에선 KB증권이 아픈 손가락이 됐다. 증권업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와 대결에서 뒤쳐졌다.
올 상반기 KB증권의 순이익은 15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투자는 89.0% 늘어난 1827억원, 하나금융투자는 83.6% 증가한 1065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덩치를 감안해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의 자본총계는 4조4422억원으로 KB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계열사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국민은행,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에 이어 4위에 그쳤다.
이는 2분기 증권수탁수수료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회사채의 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로 200억원의 손실이 반영된 탓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에선 카드사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신한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55.3% 감소한 281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금융그룹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신한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9%에서 올 상반기 15%로 하락했다.
하나카드 역시 당기순이익 5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3% 줄었다. 금융그룹 계열사에서 가장 이익 감소폭이 컸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실적 감소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일회성 이익에서 공백이 더해졌다. 지난해 1분기 신용리스크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서 2758억원의 대손충당금이 환입됐으나 올해는 일회성 이익이 반영되지 않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대출상품 금리 인하, 영세·중소기업 가맹점 범위 확대 등 영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전통적인 신용카드 영업 외에 리스 등 다양한 시장 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에선 NH농협생명 실적이 부진했다. NH농협은행과 HN투자증권 등 자회사들이 호실적을 냈지만 농협생명만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농협생명 당기순이익은 501억원으로 24% 감소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 상품 판매를 축소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생명보험은 IFRS17도 있고 전반적인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지난 4월부터 체질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논의했다"며 "하반기부터 보장성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집중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