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기관보다 푸틴 말을 더 두둔'에 미 공화당 리더도 반발
"수치스럽다" "반역적인 행동" 비판 줄이어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덮기 위해 푸틴 대통령을 두둔하며 저자세로 일관하자 미국 정치권과 언론이 발칵 뒤집어졌다.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조차 "명백한 잘못이고 굴욕적"이라며 성토에 나섰고 뉴욕 타임스(NYT)는 물론 보수성향의 매체에서조차 "수치스러운 태도"라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푸틴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논의했다"고 전제한 뒤 러시아의 대선 개입이나 트럼프 선거 캠프와의 내통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러시아가 왜 그래야(대선 개입)하는 지 아무런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면서 " 러시아의 선거 개입에 대한 미국의 수사는 우리나라(미국)에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의 개입이 있었다고 지적한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정보기관들의 결론을 뒤집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미국 정보기관과 푸틴 대통령 중 누구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나는 나의 정보기관 사람들에 대해 큰 확신이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오늘 (대선 개입에 대해) 매우 강력하고 힘있게 이를 부인했다는 점을 말해주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기관보다 푸틴 대통령의 말을 두둔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는 이밖에 "나는 깨끗하고 총명한 선거운동을 통해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쉽게 이겼다"면서 "내 대선 캠프와 러시아와의 내통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을 거듭 되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는 절대 개입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개입할 계획이 없다" "대선 개입 주장은 넌센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정치전문 매체 더 힐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모두 인정한 러시아의 대선 개입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하는 것조차 거부했다"면서 "정가와 언론으로부터 비판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원내 리더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조차 기자회견 직후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리의 선거를 방해했고 우리와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손상하려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리의 동맹이 아니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행동은 불명예스럽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에 맞설 능력도 없을 뿐 아니라, 그럴 의지도 없음을 입증했다"고 혹평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 회견 발언을 듣고 기절할 뻔 했다" 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정보기관이 아니라 푸틴을 대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위험한 행동하는 것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MS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반역적이며 중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보기관보다 더 푸틴 대통령을 더 신뢰하고 그를 위한 발언을 했다"면서 "이는 미 대통령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명 앵커인 앤더슨 쿠퍼도 헬싱키 현지 방송을 통해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수치스러운 행동 가운데 하나를 지켜보았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날 '트럼프·푸틴 대(對) 미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미합중국의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취임 선서를 버렸다"고 직격했다.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칭찬한 보수 매체인 폭스 방송 계열의 폭스비즈니스 방송의 앵커 네일 카부토조차 "이는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