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그너 "아카데미 위선에 참을 수 없어"
[서울=뉴스핌] 김세원 인턴기자 =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84)의 아내이자 프랑스 배우인 엠마누엘 자이그너(52)가 8일(현지시각)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MPAS·이하 아카데미)의 신입 회원 초청을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같은 날 보도했다.
배우 엠마누엘 자이그너와 남편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아카데미는 매년 영화배우 및 제작자를 선별해 신입 회원으로 초청해왔다. 매년 초청받는 회원이 백인 남성 중심이라는 비난을 받자 아카데미는 2020년까지 여성과 소수인종 회원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는 공약을 발표한 적 있다. 배우 엠마누엘 자이그너는 올해 아카데미 신입회원으로 초청받은 928명 예술인 중 한 명이다.
자이그너는 8일 프랑스의 저널뒤 디망쉬(Le Journal du Dimanche)에 기고한 공개 서한을 통해 아카데미 회원 가입 거절 의사를 밝혔으며, 거부 사유로 남편 로만 폴란스키의 제명을 들었다.
프랑스 출신의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197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 앤젤레스에서 13살 소녀를 강간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미국을 떠나 유럽 도피생활을 시작했다.
40년 째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폴란스키는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다룬 영화 '피아니스트'로 2003년 제75회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지난 5월 "AMPAS는 회원들에게 아카데미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인 인간 존엄성 지지와 윤리적 규칙 준수를 요구할 것"이라는 성명 발표 후 폴란스키 감독을 아카데미에서 영구 제명했다.
자이그너는 공개서한을 통해 "여성 회원을 늘리겠다는 아카데미의 행보에 따라 다른 여성 배우들과 함께 아카데미 회원으로 초청을 받았다"며 "나는 항상 페미니스트로 살아왔지만 2002년 남편에게 감독상을 수여한 아카데미가 몇 달 전 남편을 제명한 사실을 잊을 수 없다"고 초청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아카데미가 29년의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나를 줏대 없고, 출세를 위해 남편을 버리는 사람으로 착각한 것 같다"며 "이번 제안은 나를 향한 모욕이며, 아카데미의 위선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할리우드 굴지의 영화 제작자였던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 추문 파문을 시작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이 겪은 피해 경험을 폭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시작됐다.
이후 수많은 영화계 여성 종사자가 자신들의 성추행 및 성폭행 피해 경험을 고백했으며 폴란스키 감독의 과거 성폭행 파문도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