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간 법적공방에 100억원 넘는 혈세 낭비 논란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유람선 한강아라호가 좀처럼 흉물 신세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민간업체와 서울시의 법적 공방이 길어지면서 100억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강아라호 외부 모습 [사진=박진범 기자] |
2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는 배 한 대가 덩그러니 방치돼 있다. 곳곳에 녹이 슬고 먼지가 쌓인 채 둥둥 떠있다. ‘한강아라호’라는 굵은 글씨가 유람선임을 겨우 알아보게 한다.
그나마 전에는 ‘갑질 총탄에 침몰’ ‘생존권 투쟁’ ‘박원순 OUT’ 등 과격한 현수막과 스프레이로 칠한 시위 문구가 가득했다. 지금은 다소 정리된 상태다.
한강아라호는 2010년 서울시가 야심차게 도입한 크루즈형 유람선 사업의 결과물이다. 길이 58m, 폭 12m, 688t 규모로 310명이 탈 수 있다. 건조에는 112억원이 들었다. 배 안에서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 등이 가능하다.
이 배는 시민에게 선상문화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닻을 올렸지만 곧바로 요금 책정 등 사업 타당성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정식 운항은 한 번도 못했다.
2012년 서울시는 유지비에 대한 부담으로 배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다. 수차례 유찰과 협상 결렬이 반복됐다. 시는 가격을 후려쳤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애물단지’가 다시 빛을 본 것은 건조 6년 만인 2016년이다. 관광해운사 렛츠고코리아는 서울시와 임대계약을 맺고 한강아라호를 특화관광유람선으로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는 적자였으나 이용객이 점차 늘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관광객 10만명 유치라는 목표도 생겼다.
부활하는 듯 했던 한강아라호가 완전히 멈춰선 것은 올해 3월이다. 서울시는 렛츠고코리아와 임대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이랜드크루즈를 새 임대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렛츠고코리아가 유람선 양도를 거부하고 배를 점거하면서 싸움이 촉발됐다. 업체 측은 입장문을 내걸고 “애초 서울시와 맺은 계약 내용은 시험운항(단기임대)후 우리 회사에 매각하는 조건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신뢰한 회사는 5년 이상 방치됐던 한강아라호의 정상영업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였다. 수리 및 선착장 리모델링 등 수십억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해왔다”며 “서울시는 약속을 무시하고 운영권을 박탈했다”고 비난했다.
렛츠고코리아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권리를 되찾고자 한다”며 유람선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강아라호 선착장 [사진=박진범 기자] |
이에 대해 서울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입찰공고를 냈을 때 선박 매입 시기와 가격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하는 조건이 있었는데 그 조항을 매각 조건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해당 조항은 렛츠고코리아의 재무상태가 배를 운영할 수 있는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한 평가 항목이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공방은 법원으로 향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2차 변론기일은 오는 8월 10일로 잡혀있다. 선고는 아무리 빨라도 가을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때까지 한강아라호가 흉물 신세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