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문건 410건 제출‥하드디스크 원본은 제출 '거부'
검찰 "제출자료만으로 진상규명 어려워…객관적 자료 추가 확보할 것"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대법원의 임의제출 문건 외에 추가적인 증거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대법원이 제출한 410건의 문건만 가지고는 진상 규명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용하던 컴퓨터는 이미 퇴임 직후 관련 자료가 삭제돼 핵심 증거 확보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 측 관계자는 26일 "대법원으로부터 저희가 제출 요청했던 자료 중 일부를 제출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지난 19일 검찰로부터 관련 자료에 대한 임의제출 요청을 받은지 일주일 만인 이날 오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이 있는 410개 주요 파일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비실명화한 극히 일부 파일을 제외하고 모두 원본 파일을 제공했다"며 "이를 추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포렌식 자료도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행정처는 해당 자료들이 담겼던 하드디스크 원본 제출은 거부했다. 현재 제기된 의혹과 관련이 없거나 공무상 비밀이 담겨있는 파일이 대량으로 담겨있어 현재 상황에서 임의제출이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8.06.05 leehs@newspim.com |
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무엇보다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을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고 대법원 판례가 요구하는 증거능력 요건 등을 감안할 때 요청드린 자료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장께서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에 따라 임의제출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처에서 제출한 410개 문건만 가지고 이번 의혹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면 누구도 그 결론을 수긍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진실규명을 위해선 객관적 자료를 더 많이 확보해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자료 손상과 관련해 저희가 직접 복구해야 할 자료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전 행정처장이 사용하던 컴퓨터가 디가우징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디가우징'은 하드디스크 등 저장장치에 저장된 자료를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삭제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번 의혹의 중점에 선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행정처장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확보하더라도 관련 자료를 복구해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검찰은 추가적으로 디가우징 경위 등을 확인하고 기존에 제출된 문건을 검토하는 동시에 추가적으로 핵심자료 확보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추가 자료 확보 방식을 포함한 수사 방식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검찰 측 관계자는 "수사 목표에 따라 강제수사든 임의제출이든 방식을 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까지 이번 사건 관련 고발 건이 20여 건에 달하지만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임지봉 서강대 교수와 조석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 등 외에 추가적인 고발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참고인 등 소환조사는 비공개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대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행정처장 컴퓨터 하드디스크 디가우징과 관련해 "관련 규정에 따라 퇴임 후 통상적인 업무 절차에 따라 디가우징 처리 후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을 검찰 측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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