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기존 볼커룰 복잡하고 비효율적…간소화가 목적"
이미 실적 순항 중인 대형은행들 '기지개' 예상
미국 포함 글로벌 금융업계 '환영'…대마불사 우려도 여전
[편집자] 이 기사는 5월 31일 오후 3시10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를 필두로 규제 당국이 금융위기 이후 미국 대형은행들을 옥죄던 볼커룰(Volcker rule) 완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금융업계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
볼커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고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 도입한 광범위한 금융감독개혁안인 ‘도드-프랭크법(Dodd-Frank Rule)’의 일환으로, 은행들의 고위험 거래를 금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연준은 볼커룰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면서, 은행들의 부담을 줄이고자 이를 간소화 하는 볼커룰 개정안(the Volcker 2.0 proposal)을 제안했다.
하지만 대형은행들의 대마불사 관행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여전한 상황이라 최종적인 변화가 어떤 파장을 초래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볼커룰, 어떻게 바뀌나
30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은행에 대한 요구 사항을 보다 간소하게 바꾸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볼커룰 개정안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2010년 7월 2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도드-프랭크 법안을 발의한 당시 상원 은행위원장 크리스토퍼 도드 의원(좌) 및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 바니 프랭크 의원(우)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총 964페이지에 달하는 볼커룰은 도드-프랭크법 중 가장 복잡한 규제 중 하나로 여겨지며, 대형은행을 비롯한 금융업계는 지나치게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규제라면서 강한 불만을 표해왔다.
연준은 대형은행들이 자기자본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부분을 간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은행들의 거래 활동을 식별하기 위한 '정량적 측정' 방식을 철회하고,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내부 위험 한도'만 설정하도록 한 것이다.
또 거래 목적을 입증하지 못한 60일 이내의 단기거래 포지션을 자기자본거래로 본다는 가정도 폐기하기로 했다.
연준은 이날 제안한 볼커룰 개정안에 대해 앞으로 60일 동안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며, 볼커룰 작성에 참여했던 나머지 4개 규제 당국도 연준의 개정 움직임에 동참할 전망이다.
◆ 대형은행 드디어 ‘기지개’
워싱턴포스트(WP)는 볼커룰 개정안 덕분에 골드만삭스와 JP모간체이스 등 대형은행들이 10여년 만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으며, 이미 기록을 세우고 있는 금융업계 실적도 또 한 번 상승 지지를 받게 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은행 업계 실적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움츠러들었던 금융업계가 다시 기지개를 켜게 됐으며, 중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미국 규제 당국이 수년간 이어진 금융업계 불만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이번 소식으로 대형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며, 향후 은행 업계 규제완화 모멘텀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몇 달 동안 미국 규제 당국은 공정대출에 관한 규정도 손볼 예정이며, 은행권과 공화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던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에 대한 검토 작업도 이미 시작된 상태다.
◆ ‘환영’ vs ‘우려’
규제 당국의 볼커룰 완화 조짐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업계와 재계는 환영의 뜻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도드-프랭크법을 완전히 뒤엎으려 하며, 대형은행들의 대마불사 위험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 케네스 벤슨 최고경영자(CEO)는 “지나치게 복잡한 현행 규정으로 인해 불필요한 부정적 영향이 초래되고 있다는 점을 정치인들이 점차 인식하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준의 볼커룰 개정안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며 “현 규제 프레임워크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 이익이 될 수 있는 시장 활동들을 계속해서 막아설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재계도 볼커룰 완화를 반겼다. 미국 상공회의소 자본시장경쟁센터 데이비드 허쉬만 회장은 더 효율적인 볼커룰이 나올 시점이었다면서 “볼커룰이 현재 미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파이낸싱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규제당국이 이해하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친 규제 단체에서 정책이사를 맡고 있는 마커스 스탠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개정안이 은행권에 지나친 신뢰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들도 은행들이 규제 허점을 파고들려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초에 규제당국이 금융업계의 문제점을 모두 바로잡으려다 보니 규제안이 복잡해진 것일 뿐이며, 볼커룰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이후 은행업계는 강력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 않냐는 것이다.
규제 관계자들은 볼커룰 개정안이 은행에 자율적인 규제 권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서, 앞으로도 감독당국이 은행을 면밀히 주시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 수혜주는?
[사진=블룸버그통신] |
볼커룰 완화는 미국 금융업계뿐만 아니라 해외 금융업계에도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은행주들은 볼커룰 완화 소식에 이미 랠리를 연출했다. JP모간은 2% 정도 올랐고, 모간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각각 1.8% 정도씩 뛰었다. 씨티그룹도 1.2% 올랐으며 골드만은 1% 가까이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은 해외 은행 및 규제당국이 볼커룰 때문에 유럽과 아시아에서 영업하고 있는 기업들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 왔는데, 이번 소식으로 해외 은행들도 수혜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로펌 모간루이스 파트너 찰스 혼은 볼커룰 개정안에 미국 금융기관은 물론 글로벌 은행권이 이익을 얻을 만한 요소들이 몇 가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매체는 해외 규제당국들도 수년 동안 해외 기관들에 적용되는 볼커룰 부분에 대해 개정해 달라는 로비 활동을 벌여온 만큼 규정을 간소화하려는 개정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