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으로 국내채권 갈아타기 양상
국내 장기채 물량 부족해 유럽으로 관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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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최근 몇 년간 미국 회사채 등 달러표시 해외채권 투자를 크게 늘렸던 국내 보험사들이 국내로 유턴하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으로 1년 후 달러/원 환율이 현재보다 낮은 상황(스왑포인트 역전)에 따른 환헤지(Hedge) 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1년만기 달러/원 헤지프리미엄은 -1.579%을 기록했다. 1년전인 -0.593%에 비해 3배 이상 높아졌다. 다시 말해 연 3% 금리를 받을 수 있는 10년물 미국 국채에 투자를 해도 1.579%의 환헤지 비용으로, 1.4% 정도의 수익만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용정보시스템통계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합산 외화유가증권 투자비중은 전체자산 중 10.3%를 차지했다. 투자잔액은 지난해말 기준 121조원에 달했다. 이는 2012년말 투자비중 3.6%, 투자잔액 31조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
◆ 연초 이후 투자등급 미국 회사채 3% 손실...국채보다 못해
환헤지 비용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보험사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위계태 미래에셋생명 고객자산운용팀 팀장은 "연초이후 미국 달러채는 캐리(이자)수익, 자본수익, 환헤지 비용을 포함해 약 3% 손실 중"이라며 "이 때문에 우리뿐만 아니라 타사들도 이미 지난 2~3월부터 투자됐던 해외채권을 국내 회사채로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분간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물량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위 팀장은 "현재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수익률이 3% 후반대 정도 나오지만, 환헤지 비용을 감안하면 최종 수익률은 2.5%내외"라면서 "이는 10년물 국채 수익률 2.753% 보다 떨어지는 것이고 미국 금리인상폭을 감안하면 손실폭은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년 전만 하더라도 1년 환헤지 비용이 40~50bp였는데 최근 150bp수준으로 올라왔다"면서 "올 하반기부터 국내보험사들은 해외 장기채권에서 국내 크레딧물(회사채, 공사채)로 갈아타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보험사들이 4년전부터 해외채권 투자를 본격화했다"면서 "하지만 환헤지는 1년 단위로 롤오버해왔는데, 환헤지 비용 증가에 따라 만기가 6년이상 남은 채권들이 국내 장기 채권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미국 국채,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우량한 투자등급 회사채, 주정부가 발행하는 뮤니채권(municipal bond), 소방서 등이 발행하는 공채 등 장기채권에 투자해왔다.
◆ 국내 장기채 물량 부족해 유럽채 관심 ↑
보험사들은 국내채권 갈아타기 현상은 장기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임정민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미 기준금이 역전이 재현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환 헤지 비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면서 "하반기 국내 금리 인상은 1번에 불과하지만 미국 기준금리 상승이 내년에 가팔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국내 기준금리 1.25%로 미국 기준금리 0.75% 보다 0.50%p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기준금리가 1.75%로 한국의 1.50%보다 0.25%p 높다. 지난달 발표된 FOMC 의사록에서 6월 추가 금리인상을 암시해 한미 금리 역전폭은 더 벌어질 전망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국내 장기채 공급물량이 보험사의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국내보험사들이 2016년 하반기 이후 해외채권 투자를 크게 늘린 이유 중 하나는 국내에 장기채권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보험사들은 미국 달러채 대안으로 환헤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위계태 팀장은 "대형사들도 현재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절반정도는 국내채권으로 들어오고, 나머지 반은 유럽 시니어론, 토탈리턴채권형펀드 등으로 분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 팀장에 따르면 유럽 10년물 시니어론에 투자하면 금리 자체가 연 3~4%에 달하는 데다, 환헤지 프리미이엄이 160bp 달해 수익률은 4.5%~5% 중후반이 가능하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