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의결권 자문사, 표심에 13~30% 영향 미쳐"
"현대차, 추가 주주환원정책 등 빠른 설득 필요"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3년전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총 7.12% 지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실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임시주주총회에서 반대표는 25.82%가 나왔다. 미국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s Services)가 엘리엇의 편에 서면서 상당수 외국인 투자가들이 엘리엇편을 들었다. 하지만 ISS의 입김으로 정확히 얼마나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대진영으로 돌아섰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같은 궁금증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자료가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출간된 바 있다. 나디아 말레코(Nadya Malenko) 보스턴대학교 교수와 야오 센(Yao Shen) 바루치 대학(Baruch college)교수가 공동으로 2016년 12월 출간한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The Role of Proxy Advisory Firms)이 그 주인공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과거 사례분석을 통해 “ISS의 제안은 안건에 따라 따르지만 13~30%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영진의 급여인상 등의 안건에 ISS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 찬성표의 25%를 감소시킨다”고 분석했다. 또한 “ISS의 의견은 주총 통과(지분 50% 이상)의 막판 컷 오프 역할을 하는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주주들이 ISS와 같은 기업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컷 오프 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미국 HP의 컴팩 인수다. 찬반이 팽팽했을 당시 ISS가 HP 지지를 선언했다. 주총 결과 찬성 8억3800만표, 반대 7억9300만표로 2.7%표 차이로 컴팩 인수안이 통과됐다.
현대차그룹 역시 ISS와 글래스 루이스의 반대 의견이 막판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분할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의결권이 있는 주주가 3분의 1이상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대차에 우호적인 지분은 기아차와 현대제철 등 31%인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49%에 달한다. 통상 대기업 지배구조 이슈 정기주총 참석률이 65~83%인 것을 가정하면 50%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분할·합병안을 주총에서 통과시키려면 현대모비스 2대 주주인 국민연금 10.1%(의결권 행사기준) 및 일부 외국인 주주의 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5월 넷째주가 되면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한 내부의견을 최종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추가 주주환원정책 등)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분할합병에 찬성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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