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북미회담서 세밀한 게임플랜 짜올것"
"트럼프 대통령, 전문가 의견 귀담아 듣지 않아" 우려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다니엘 R 러셀 전 미국 국무차관보가 오는 6월 북미 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입지가 점점 강해질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다니엘 전 차관보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온존해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다니엘 R 러셀 전 미국 국무차관보(좌). 그는 2016년 한국을 방문해 윤병세 당시 외교부장관(우)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6일 신문에 따르면 러셀 전 차관보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이 북미 회담에서 "극도로 세밀한 게임플랜을 짜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잔인한 독재자'에서 '우호적이며 열린 지도자'로 자신의 이미지를 바꿨다"며 "국제사회에 '보통국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그는 "북한과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전문가들의 의견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 제안에 응하면서부터 한반도 정세는 ▲중국 등 각국의 대북제재 압력 약화 ▲군사행동 가능성이 낮아지며 대북 억지력도 저하 ▲북한의 고립 해소로 5자(한·미·중·러·일)의 단결력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는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양 정상이 핵·미사일 뿐만 아니라 평화협정이나 국교정상화, 경제지원 등 폭넓은 테마를 의제로 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핵·미사일 등 유엔(UN) 안전보장 이사회 결의위반에 대한 대응과 평화협정은 다른 문제로 구별돼 논의돼야만 한다"고 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 후 시작될 실무자 협의에 대해 러셀 전 차관보는 "비핵화 협상의 출발점으로 돌아갔다는 점엔 틀림없다"며 "2008년에도 북한이 스스로 협상에서 이탈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고 경계했다. 또한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향상시켜 이전보다 입지가 강할 것이란 점도 우려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현재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을 맡고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동아시아·태평양지역을 담당하는 미국 국무차관보를 역임했으며, 북한 문제를 30년 가까이 다룬 인물이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