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90% "성추행 및 성희롱 등 성폭력 피해 경험"
회식 장소에서 성폭력 피해 가장 많아.."몰카 신고해도 소용없어"
방송계갑질119 "노동조합 결성해 대응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사회 각계각층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송제작 현장에서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방송제작 인력 10명 가운데 9명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생각 이상으로 충격적'이다.
'방송계갑질119'와 방송스태프노조 준비위원회는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2018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두 단체가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2일까지 방송제작현장 근로자 223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200명(89.7%)이 '성추행 및 성희롱 등 성폭력 피해경험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가 157명(70.4%)으로 가장 많았고,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이 129명(57.8%),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가 110명(49.3%)으로 뒤를 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성폭력 피해를 당한 장소는 '회식 장소'가 89명(44.7%)으로 가장 많았다. '방송제작현장 내 개방된 장소'는 48명(24.1%)이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피해를 당하고도 침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에 대한 대처로 194명의 응답자 가운데 '참고 넘어간다'는 응답이 156명(80.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이유로 '고용형태 상 신분상의 열악한 위치 때문에'라고 답한 응답자가 156명 중 90명(57.7%)에 달했다. '문제제기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87명), '소문, 평판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69명) 등도 있었다.
피해 사례별로 살펴보면 회식 자리에서 강제 입맞춤, 몰래카메라 설치, 성매매 제안, 음담 패설 등 다양했다. 남성 선배로부터 '술자리 헌팅'이나 '성매매 동석'을 강요당한 남성도 있었다.
또한 술자리에서 어린 여성 작가를 부장 옆에 앉히려고 하거나 메인 PD가 막내 작가에게 모텔을 가자고 했던 사례도 파악됐다.
응답자의 구체적 업무 내용을 보면 ▲작가 178명(80.2%) ▲연출(PD, AD, FD, VJ 포함) 38명(17.1%) ▲후반작업(CG, 자막, 녹음, 음악) 4명(1.8%) ▲기자 1명(0.5%) ▲미술(소품,분장,세트,의상) 1명(0.4%) 등이었다.
나이별로는 30대가 120명(53.8%)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 88명(39.5%) ▲40대 14명(6.3%) ▲60대 이상 1명 (0.4%)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 중 여성은 209명(93.7%), 남성은 14명(6.3%)이었다.
18일 서울 광화문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방송계갑질119, 방송스태프노조 준비위원회가 '2018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를 공개 및 설명 하고 있다. <사진=황선중 기자> |
또 지상파 프로그램 담당은 49.3%, 종합편성채널 담당은 22.9%, 케이블채널 담당은 13.9%였다. 응답자의 45.7%는 방송사 자체제작 프로그램, 54.3%는 외주(독립)제작 프로그램 제작 인력이었다. 고용형태는 프리랜서가 83.3%로 가장 많았다.
주최 측은 "노동조합이 있는 일터에서는 원치 않는 성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게 나타났다는 최근 연구결과가 있다"며 "방송제작 현장에 종사하는 스태프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을 만들어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계갑질119는 노동건강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노동·법률단체가 함께 결성한 '직장갑질119'에서, 방송계를 위해 별도로 만든 온라인 모임이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