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정권의 창끝이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향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 경우 1순위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이는 국가는 태국이다. 미국 재무성이 무역 상대국 및 지역의 통화 정책을 분석하는 환율 보고서에 태국이 감시 대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 재무성은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환율 보고서를 발표한다. 지금까지는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5개국이 감시 리스트로 지정됐다. 감시 리스트는 경제 제재의 대상은 아니지만, 미국으로부터 무역 흑자 축소나 환율 개입 자제 등의 압력을 받게 된다.
신문에 따르면 ▲대미 무역 흑자가 연간 200억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일방적인 환율 개입에 의한 외환 매수가 GDP의 2% 이상이라는 조건 중 두 가지에 해당되면 감시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세 가지 모두에 해당되면 제재를 검토하는 ‘환율 조작국’에 지정된다.
태국의 경우 대미 무역 흑자가 2017년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주력 품목인 컴퓨터와 관련 부품의 수출액이 전년 대비 9% 증가했고, 타이어 등 고무 제품 수출은 30% 가까이 늘었다. 경상흑자 총액은 GDP의 10.8%로 미국이 정해 놓은 기준을 크게 상회한다.
태국 방콕항의 수출 컨테이너 선적 모습.<사진=로이터> |
막대한 경상흑자로 바트화에는 상승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태국의 2017년 말 외환보유고는 약 2015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0% 가까이 증가했다. 외환보유고가 급속하게 늘었다는 것은 바트화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싶은 태국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바트화 매도·달러화 매수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동남아시아 금융 시장이나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태국이 미 재무성이 정한 세 가지 조건을 이미 충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태국이 미국의 환율 보고서에 감시나 제재의 대상이 된다면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잠재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다. 베트남의 2017년 대미 무역 흑자는 383억달러로 역내 국가 중에서 가장 많다. 외환보유고도 1년 새 17%나 증가했다. 말레이시아도 대미 흑자가 245억달러로 기준치를 웃돌고 있으며, 경상 흑자는 GDP의 딱 3%이다.
만일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과 통상 마찰을 겪게 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각 국의 경제 성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한층 커질 우려가 있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