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이후 국회가 분주해졌다. 국회의 주도 하에 '국회발 국민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여야 원내대표는 세 번이나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불통의 벽은 높았다.
지난달 30일 출고된 뉴스핌의 <한국당 “與, 책임총리제 수용하면 대통령 4년 연임제 받겠다”> 기사가 나간 직후 여당 지도부 가운데 한 인사가 전화가 걸려왔다.
"정말 한국당의 입장이 저것인가. 4년 연임제를 수용할 여지가 있다는 말이 굉장히 고무적이다. 그렇다면 협상할 여지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였다. 그는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
여당이 책임총리제를 수용하면 대통령 4년 연임제도 수용할 수 있다는 한국당의 입장은 여러 의원을 통해 몇 차례나 확인한 결과였다. 실제 내부적으로도 지도부는 물론 헌정특위 위원들도 이 같은 입장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협상 테이블에서 서로의 입장을 드러내놓고 논의해야 할 여야 간에는 이 같은 입장이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어도 속내를 드러낼 수 없는 것. 이야말로 우리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벽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여당에 이어 한국당의 반응 역시 놀라웠다. 최근 기자가 한국당 개헌특위 관계자를 만나 여당측 반응을 전했다. 그러자 그 역시 여당측 반응에 놀라며 "여당 측에서 한국당 입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개헌 논의에 정말 물꼬가 트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당 지도부에 얘기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 자체가 꽉 막혀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 개헌안과 분리된 자체 개헌안을 내놓지 않으면 개헌 협상을 하지 않겠다며 개헌안 발표를 미뤄왔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개헌안이 나오기도 전에 '책임총리제'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개헌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기도 전에 서로에 대한 반발부터 들고 나오니 논의가 진척될리가 없었다.
노회찬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원내대표가 국회 개헌안을 두고 "남북 대화보다 어렵다"고 한 것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개헌안 협상을 위해 머리를 맞댈 때마다 여야는 국회 일정과 법안 처리 등을 묶어 논의하면서 파행이 이어졌다. 회동 장소에서는 문틈으로 고성이 흘러나오기 일쑤였다.
이번 개헌은 30년만에 대한민국 법의 근간을 바꾸는 개헌이다. 그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만의 개헌안이 아닌 국회에서 논의하고 협상한 개헌안으로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회가 서로의 귀를 닫은 채 논의를 이어간다면 국회발 개헌 열차가 언제쯤 출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협상의 기본은 서로의 입장을 듣는 것이다. 하루 빨리 여야가 진정한 협상에 나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헌법 개정안에 대한 숙고를 해주길 바란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