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일본 스모(相撲·전통 씨름)계가 대회 중 쓰러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스모 씨름판(土俵·도효)에 들어간 여성들에게 "씨름판에서 나가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스모 관계자들은 여성들이 내려간 뒤 씨름판에 대량의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
씨름판 위에서 구급조치를 하는 여성들(빨간원) <사진=NHK> |
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오후 교토(京都)부 마이즈루(舞鶴)시에서 열린 스모 대회에서 다타미 료조(多々見良三) 시장이 인삿말을 하는 도중 씨름판 위에서 쓰러졌다.
응급 조치를 한 건 관객으로 경기장에 있던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시장이 쓰러진 직후 씨름판에 올라가 심장 마사지 등 응급조치를 했다.
하지만 장내에는 "여성 분은 도효(씨름판)에서 나가 주십시오", "남성 분이 들어가주십시오" 등의 안내 방송이 최소 3차례 이상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객에 따르면 구급대원들은 여성들이 씨름판 위에서 심장 마사지를 한 뒤에야 도착했다. 다타미 시장은 이후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다. 당시 응급 조치에 나선 여성들은 의료계 종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관객의 증언을 인용해 "여성들이 씨름판에서 내려오자 스모협회 관계자가 대량의 소금을 씨름판에 뿌렸다"고 전했다.
일본 스모계는 연습 중이나 경기 중에 선수들이 상처를 입을 것 같은 때 소금을 뿌리는 전통이 있다. 일본스모협회 홍보 담당자는 아사히신문 취재에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여성이 올라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봤던 60대 여성 관객은 "주변에 있던 남자들은 당황해서 바라보고만 있던 때에 여성들이 재빠르게 응급 조치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관객은 또한 "금녀의 구역이라는 건 전통이긴 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구급조치를 그만두라는 소리가 아니냐"고 말했다.
일본 스모협회 핫카이(八角)이사장은 이날 밤 협회의 소속 심판(行司)이 이 같은 안내 방송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심판이 당황해서 얘기한 것으로, 사람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부적절한 대응이었다"며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쓰러진 다타미 시장은 지주막하 출혈로 진단받았다. 현재 수술을 받은 상황으로 1개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