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전작(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도 바람 지금도 바람. 근데 그때도 지금도 바람을 옹호하거나 미화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바람은 나쁜 거예요! 간통죄가 폐지되긴 했지만, 법으로 처벌받을 정도로 죄였죠. 그저 많은 분에게 공감과 재미를 드리고자 소재로 썼다고 생각해주세요.”
배우 송지효(37)가 ‘자칼이 온다’(2012) 이후 6년 만에 극장을 찾았다. 5일 개봉한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을 통해서다.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 뒤늦게 ‘바람’에 눈을 뜬 매제 봉수(신하균), SNS 중독 봉수 아내 미영(송지효) 앞에 치명적 매력의 제니(이엘)가 나타나면서 꼬이는 상황을 그린 어른 코미디.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Muzi v nadeji, 2011)’이 원작이다.
“오랜만에 하는 영화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어요. 크게 변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고요. 신인 때부터 전 영화, 드라마, 예능을 구분 짓고 더 신경 쓰거나 덜 신경 쓰거나 하지 않았죠. 어쨌든 제 작품이니까 전부 애착이 가고 모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다만 이번 VIP 시사회 때 영화를 보지 않고 술을 마시긴 했죠(웃음). 속상하고 모자라는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사실 지금도 마음이 아픈 상태에요(웃음).”
송지효는 이번 영화에 꽤 많은 아쉬움이 남는 듯했다. 전체적인 영화의 색깔 혹은 완성도에 대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그쪽은 만족에 가깝다. 오로지 본인의 연기, 자신이 그려낸 미영에 대한 아쉬움이다.
“감독님의 호흡법이 어려웠어요. 일반적이지 않거든요. 대사도 풀어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채에 거르듯 함축시키고 또 함축시켜서 하죠. 근데 그게 또 엉뚱한 대사를 하는 특유의 타이밍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어려웠던 거죠. 감독님의 디렉션보다는 제 것으로 만드는 제 능력이 조금 모자랐던 거예요. 이게 확실히 보는 거랑 하는 거랑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조금만 더 생각을 크게 하고 집요하게 생각해볼 걸 하는 아쉬움이 있죠.”
송지효는 자신의 연기를 혹평했지만, 사실 그는 ‘바람 바람 바람’에서 충분히 제 몫을 해냈다. 어느 하나 튀는 구석 없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났다. 이런 평을 건네자 그는 단박에 “그렇게 보였다면 그건 함께한 배우들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개인적으로는 씩씩하고 당찬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감사하게도 (이)성민 선배와 (신)하균 선배가 계속 상황을 만들어줘서 조금 더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올 수 있었죠. 사실 두 선배뿐만 아니라 (김)지현(이엘)이 까지 너무 좋은 분들과 함께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맙고 이런 기회가 또 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크죠. 저를 포함해서 다들 되게 다정한 스타일은 아닌데(웃음), 따뜻해요. 무심한 듯 하는 말, 행동에 배려가 있죠.”
글로 다 옮기진 않았지만, 송지효는 이후로도 함께한 이들의 칭찬을 늘어놓으며 단단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그리고 송지효, 팀, 의리 등의 화제는 자연스레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런닝맨) 이야기로 넘어갔다.
“이제 9년째로 접어들었어요. 제가 내일모레 마흔인데(웃음), 인생의 4분의 1을, 30대를 함께한 거죠. 문득 그만큼 한 마음으로 길게 해온 게 있나 생각했더니 가족 말고 없더라고요. 물론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알아요. ‘런닝맨’ 역시 언젠가는 끝이 나겠죠. 하지만 그래서 한 해 한해 갈수록 더 소중하고 진해지는 듯해요. 예전보다 지키고 싶은 마음이 크고 끝을 생각하면 지금도 짠하죠. 끝나면 정말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이 텅 비는 느낌이 들 듯해요.”
그럴 만도 하다. 단순히 동료들과의 이별, 그 아쉬움을 떠나 ‘런닝맨’과 함께한 지난 시간은 천수연의 삶에도 송지효의 삶에도 크고 작은 변화를 줬다. ‘런닝맨’이 출연작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기에 있어서 딱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된다기보다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끔 다른 부분에서 자신감을 얻게 해줬죠. ‘런닝맨’ 덕분에 저의 단점을 직시했고 극복하게 됐거든요. 종일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낯섦, 어색함을 극복할 용기도 얻었고요. 또 사실 제가 연기 시작하고 작품을 많이 못했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죠. 근데 ‘런닝맨’을 봐주시는 분들이 실제 저의 모습을 좋아해 주셨고, 덕분에 밝은 역할을 할 기회도 얻었어요. 그러니 제 인생에서도 배우 생활에서도 더 없이 감사한 프로그램이죠.”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