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외감법 시행 앞두고 회계감사 강화"
"자금흐름+CB 등 메자닌 투자유치한 곳들 잘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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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양섭 김민경 기자] 감사보고서 시즌을 맞아 ‘한계기업’에 대한 ‘공포’가 밀려들고 있다. 자칫 ‘상장폐지’로 방향이 정해질 경우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상폐가 결정돼 정리매매를 시작하면 보통 80~90% 하락세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회계감사에 대한 분위기는 상당히 타이트해졌다는 게 업계 안팎의 전언이다. 지난해 개정돼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티게임즈,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엠벤처투자, 우성아이비, 성지건설, 수성 등은 최근 감사의견 '거절'을 이유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밖에 레이젠, 모다, 세화아이엠씨 등이 '감사의견 비적정설 조회공시' 등을 사유로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현행 규정에는 의견거절을 받으면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상장폐지에 대한 통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이의신청이 없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바로 진행된다.
회계법인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감사해 감사의견으로 ▲적정의견 ▲한정의견 ▲부적정의견 ▲의견거절을 제시한다. 적정의견은 기업이 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재무제표를 작성해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한정의견 이하는 한데 묶어 '비적정의견'으로 불린다.
자본시장법 제159조 제1항에 따르면 상장법인은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에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이 90일은 올해의 경우 4월 2일이다. 여기에 기한연장 사유서를 제출하면 5영업일까지 연기할 수있다. 감사보고서는 정기주총 1주일전에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다만 기존에는 코스닥·코넥스 상장기업의 경우 3월 말까지 주주총회를 개최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요건'이 있었지만 올해부터 '3월 슈퍼주총'을 막기 위해 3월말까지 주총을 강제하는 규정은 폐지됐다.
안승근 금융감독원 공시심사실 팀장은 "올해부터 기한연장사유서를 신고한 경우 사업보고서 제출을 최대 5영업일까지 연기할 수 있다"며 "따라서 올해 사업보고서 마감일은 각각 4월 2일과 9일(연장신청을 할 경우)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외감법 개정은 회계처리기준이 강화되면서 감사보고서가 늦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공시부 진동화 팀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3월 30일 주총을 예정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1주일전인) 오늘(22일) 대부분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최근 증권가 안팎에선 회계 감사가 예전보다 더욱 타이트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형회계법인 회계사 A씨는 "외감법 개정과 관련해 회계 감사가 상당히 타이트해졌다"며 "올해 하반기 시행이지만 미리 적응하고 준비하는 차원에서 원칙에 의거해 꼼꼼하게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잘못해서 걸리면 회계사나 회계법인의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면서 "그동안 다소 느슨하게 봤던 것을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보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개정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의 제22조 '부정행위 등의 보고'는 이사의 직무수행에 관한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되는 중대한 사실을 발견했을 때, 혹은 회계처리 등에 관해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사실을 발견했을 경우의 법적인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2018년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개정법 제22조는 감사인이 회사의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사실을 발견하면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통보하고 통보를 받은 감사(위원회)는 외부전문가를 선임해 위반사실 등을 조사해야 한다. 또, 그 조사 결과 및 시정 조치 결과를 증권선물위원회와 감사인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개정법이 시행되면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대응절차가 미국의 증권거래법과 유사한 수준으로 강화되게 된다.
최근 들어 한계기업들을 대상으로 메자닌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됐다는 점도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회계사 출신의 전업투자자 B씨는 "의견거절이 나온 회사들의 몇가지 공통점들이 있는데, 대부분 '자금흐름'과 관련된 부분,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이동 등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고, 또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으로 많은 자금을 유치한 곳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메자닌 투자가 유행처럼 많이 늘어난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면서 "회계감사인들이 자금 흐름에 대한 명확한 자료들을 요구했을때 기업들이 잘 대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최근 거래소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상장의 진입 요건을 낮추는 한편 일정한 조건에 미달하는 부실기업은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추세다. 정운수 거래소 코스닥본부장은 "회계감사 부분은 거래소가 터치할 부분은 아니다"면서도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되는 부분들은 절차대로 가야하는 것이고, 회계와 경영투명성이 강조되는 그런 부분들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