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실명법 개정 추진
삼성 외 재벌도 차명계좌 의혹있으면 적극 수사
[뉴스핌=조세훈 기자] 금융당국은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1993년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매기는 방안을 도입한다. 2014년 금융실명제법의 벌칙 조항이 신설됐지만 경제적 징벌 조항은 없어 법적 실효성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금융실명법 관련 제도개선 방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금융위원회는 5일 브리핑을 갖고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된 계좌를 활용한 탈법 목적의 차명 금융 거래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금융실명제 시행 전 개설된 계좌의 금융자산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규정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위해 진행 중인 검사는 1993년 이전에 개설된 27개 계좌에 한정돼 있다. 금융감독원은 실명제 시행일 기준 이건희 차명계좌 27개의 자산총액은 61억8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금융위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금융실명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일반 국민의 정상적인 차명 금융거래에 대해서는 혹시 있을지 모를 금융거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금융위는 과징금 산정시점, 부과비율 등 과징금 산정기준을 현실화해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고 징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절차개선을 추진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차명계좌 과징금은 1993년 8월 12일 기준 금융자산 가액의 50%를 부과한다.
금융위는 수사기관과 과세당국, 금융당국 간 차명 금융거래 정보 공유를 위한 근거를 마련해 제재의 신속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금융당국이 자금의 출연자에게 과징금을 직접 부과할수 있는 명확한 근거 규정과 사후에 밝혀진 탈법목적의 차명 금융자산을 지급정지할 수 있는 조치도 신설한다.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소급적용 되냐는 질의에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93년 이후 만들어진 재벌의 차명계좌는 가능성이라도 '적극 협의한다'는 표현에 담겨있다"며 소급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수사 대상 확대 가능성에 대해 그는 "나머지 유사한 재벌 그룹에 차명계좌가 (있다면) 국세청이나 금융감독원, 법 집행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와 논의한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과징금 부과기준 맟 시점, 구체적 방법은 조금 더 검토해서 국회 논의과정에 임하겠다"며 "어떤 면에서는 (구체적 언급이) 시장에 나쁜 시그널 될 수 있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