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실명제 시행 당시 27개 계좌 잔액 61억8000만원
대부분 자산은 삼성계열사 주식…거래 빈번하지 않아
4개 증권사중 삼성증권만 유독 거래내역 부재
[뉴스핌=우수연 기자] 금융감독원이 법제처의 유권해석 대상인 27개의 '이건희 차명계좌'에 대한 검사 결과,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 잔액이 61억8000만원으로 잠정 확인됐다.
그동안 원장이 없어 당시 계좌 잔액을 확인하기 어렵다던 금융당국과 해당 증권사들은 단 2주만에 모든 잔액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금융당국이 안이한 검사와 대응을 해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5일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감독원이 이건희 차명 계좌와 관련해 보다 선제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본연의 임무를 성실시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브리핑 내용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13개), 한국투자증권(7개), 미래에셋대우(3개), 삼성증권(4개) 등 총 27개 차명계좌의 1993년 8월 12일 당시 자산총액은 61억8000만원으로 잠정확인됐다.
4개 증권사서 확인된 이건희 차명계좌 잔액 <자료=금융감독원> |
현행법상 실명제 시행 당시 자산가액인 61억8000만원의 절반인 30억9000만원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다만 금감원은 최근 경찰 조사 추가적으로 밝혀진 차명계좌에 대해선 아직까지 자료를 넘겨받지 못해 확인을 하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차명계좌에 담긴 자산의 대부분은 삼성전자 등 삼성계열사 주식으로 확인됐다. 해당 주식은 지난 2007년 특검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는 660억에 수준이었으며, 최근(2월 26일) 기준으로는 2370억원 규모에 달했다.
금감원 TF의 확인 결과 4개 증권사 모두 1993년 당시의 자산총액 자료를 별도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고 있었다. 신한금투, 한투, 미래에셋대우 등은 매매거래내역까지 확보해 계좌별 보유자산의 세부내역까지도 확인했다.
당초 해당 계좌가 개설된 증권사들은 원장 의무 보유기간이 10년도 훨씬 이전에 일어난 거래이기에 해당 원장이 남아있지 않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검사를 통해 금감원과 함께 별도의 데이터 베이스를 찾아낸 것.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증권사들이 앞서 확인한 부분이 허위보고라는 판단이 들진 않는다"며 "증권사들도 검사 과정에서 최대한 협조를 했으며 그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 계열 증권사인 삼성증권에 개설된 4개 계좌에만 당시 거래내역 자료의 일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석연치 않은 상황으로 남아 있다. 4개 증권사중 유일하게 삼성증권만 계좌별 보유자산의 세부내역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금감원은 계좌 잔액 중 삼성증권 계좌의 잔액이 적게 확인된 부분에 대해 삼성증권이 지난 1992년 11월에 삼성계열로 편입됐고, 해당 계좌는 1993년 6~7월 사이에 개설이 됐기에 활동기간이 짧은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금감원은 삼성증권 계좌의 매매거래내역 확보 및 자산총액 검증을 위해 삼성증권에 대해선 검사를 1주일 연장을 결정했다. 해당 검사는 IT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5명의 검사반이 편성됐다.
김도인 부원장보는 "금융실명제 시행 당일 기준 (삼성증권) 계좌 자산가액 리스트는 보유하고 있지만 이후 일정기간 거래내역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는 추가적으로 검사 과정에서 밝혀야할 숙제로 남아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