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대비는 커녕 올해 전략도 못 세워"
2% 후반대 성장률 달성하기 힘들수도
[뉴스핌=백진엽 기자] 한국 산업계에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국내외 악재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정농단부터 다스까지 끝날줄 모르는 검찰 수사,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압박 등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
◇끝나지 않은 수사에 재계 피로감 누적
20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재판 등으로 어느정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던 기업 사정 정국이 다스 수사로 인해 다시 불붙고 있다.
이미 이학수 전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돼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는 다시 한번 비상이 걸렸다. 국정농단 사태와는 달리 이 부회장이 직접 연루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수사와 함께 겹치면서 여론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다스 수사가 현대차그룹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까지 검찰은 현대차와 관련해서는 확인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대차도 관련된 정황이 나온 만큼 수사 확대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2016년말부터 특검과 검찰의 기업 사정 정국이 이어지면서 기업인들은 드러내지는 못하면서도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압수수색부터 총수 구속, 재판 등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주요 기업들의 경영 시계가 멈춰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맞는 시기라 장기 비전이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몇몇 기업은 올해 사업 전략도 못 짜고 있다"고 토로했다.
◇위에서 누르는 미국, 밑에서 쫓아오는 중국
지난해 한국경제가 3%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 호조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반도체 시장은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통상압박 강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미국은 현재까지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에 이어 철강에도 폭탄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압박이 자동차와 반도체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의 A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동맹관계와 통상 문제는 별개라고 하지만 전혀 떼놓을 수는 없다"며 "미국의 통상 압박 문제는 기업들의 손을 떠난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모든 외교 채널을 동원해서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역시 국내 산업에는 악재다. 중국은 올해 메모리 양산화를 목표로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다. 기존 강국인 한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 인력을 영입하는 것은 물론, 관련 기술을 흡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가 한중 정상회담으로 해빙될 것 같았던 사드 정국 역시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원에서 여전히 한국 업체들은 배제돼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 역시 사드 정국 이전으로 회복할 조짐이 없다.
이처럼 국내 산업계는 대내적으로는 사정 정국으로 인해, 대외적으로는 G2의 압박때문에 최근 들어 가장 어려운 경영 환경에 당면한 것이다.
A 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작년보다 조금 낮은 2%대 후반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다른 나라들은 자국 산업을 위해 강력하게 움직이는 반면, 한국은 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백진엽 기자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