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고서…세계 경기 침체시 금융 불안 키울 우려
[뉴스핌=이수진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직접투자가 제조업에서 금융과 부동산 중심으로 변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세계 경기 침체 시 금융 불안을 키울 우려가 있어 국내 투자자 재무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대 한국은행 과장은 12일 BOK이슈노트 '최근 해외직접투자의 중요 특징 및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과거 저임금 활용을 목적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내국인 해외직접투자가 저금리 장기화로 글로벌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지면서 금융·부동산업 투자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자료=한국은행 BOK이슈노트> |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과 부동산에 대한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2011년 37억달러에서 2016년 130억달러로 최근 5년간 약 3.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비중도 2011년 13%에서 2016년 37%로 크게 늘어났다.
이 과장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글로벌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지면서 국내 연기금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금융·부동산업 투자 유인이 높아진 데 주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미국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며 “2016년 우리나라 전체 금융·부동산업 해외직접투자의 48%가 미국에 투자됐다”고 밝혔다.
반면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던 제조업 투자 비중은 2016년 22%로 크게 줄어들었다. 제조업 투자 규모는 2011년 101억달러에서 2016년 78억달러로 축소됐다. 특히 주요 제조업 해외 투자처였던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은 2005년 39%에서 2016년 9%로 크게 낮아졌다.
이 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제조업에서 중간재 교역 기여도가 약화됐다”며 “글로벌 생산 분업 확장세 둔화가 제조업 투자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중간재 수요가 감소한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같은 투자 흐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장은 “2000년대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조업 해외직접투자 비중이 감소했는데, 우리나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와 유사한 경로를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금융·부동산 투자 비중 확대는 세계 경기 침체 시 금융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고서는 “자산가격 변동성에 민감한 금융·부동산업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난 점은 향후 세계 경기침체 등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 시 금융 불안의 추가적 파급경로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자산가격 변동에 따른 국내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재무 건전성 변화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진 기자 (sue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