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적자전환, 2009년 자금난 이후 최대 위기
[뉴스핌=전지현 기자]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이 풀어야할 경영숙제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해생리대' 논란에 따른 기업 신뢰도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10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한 모습이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 <사진=네이버 인물검색 캡처> |
5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248억원과 당기순손실 22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깨끗한나라의 영업이익 적자전환은 2007년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이다.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2.3%, 9.6% 상승하는 등 순조로웠다.
하지만 지난 여름 ‘릴리안’으로 시작된 생리대 파문 이후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뒤 상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작년 실적에 대해 "특정품목 생산중단에 따른 고정비 증가와 매출감소, 원부자재 단가 인상 영향"이라고 말했다.
◆최병민 회장, 수장 복귀 3년 만에 '시험대'
최 회장은 1966년 대한팔프공업으로 설립된 깨끗한나라를 1980년 고(故) 최화식 창업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뒤 2009년까지 2세 경영을 펼쳤다.
하지만 최 회장은 잇따른 투자실패와 금융위기 등으로 회사 유동성을 악화시켰고, 2009년 사돈인 희성전자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며 경영에서 물러난다.
새 주인을 맞이한 깨끗한나라는 1년 만에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선다. 매출도 매년 증가세를 이어갔다.
깨끗한나라가 정상궤도에 진입하자, 최 회장은 2014년 7월 지분을 다시 사들인 뒤 2015년 3월 대표자리에 복귀한다.
최 회장 다시 맞은 깨끗한나라는 비록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났지만 매출 확대로 몸집을 키우는 모습을 보였다.
최 회장 복귀 2년 차에는 영업이익과 매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안정세를 이어가는 듯 여겨졌다.
하지만 수장 3년 차를 맞은 지난해 최 회장의 경영능력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내리게 됐다. 지난여름 '릴리안 사태'를 통해 위해 생리대 논란 중심에 섰지만, 늦장 대응과 원활하지 못한 환불 절차로 소비자 불만을 증폭키기고 말았기 때문이다.
실추된 기업 신뢰도는 깨끗한나라에서 생산하는 기저귀, 화장품, 물티슈 등 다른 제품으로도 불똥이 튀면서 기업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12월 말, 총자산의 2.39%에 해당하는 132억원 규모 유형자산을 처분하며 현금확보에도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부채총계는 전년보다 636억원 증가한 반면, 자본총계가 225억원 감소해 재무건전성마저 악화한 모습이다.
결국 깨끗한나라는 200억원을 들여 지난해 말 준공키로 했던 생리대 패드(PAD) 설비 시설투자도 올 2월 말로 일정이 지연했다.
게다가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난 1월 중순까지 완료되지 않았던 '릴리안생리대' 환불신청은 소비자 원성을 더하고 있다. 당시 최 회장이 좀 더 빠르게 대처했다면 사태가 지금처럼 커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은 3년 전 회사 경영권을 되찾고 경영정상화에 힘써온 최 회장에게 최대 위기일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통해 신인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gee105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