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은 수사의 '시작과 끝'...경찰, "청구권 필요"
법조계, "오남용 우려...경찰 조직정비 선행돼야"
[뉴스핌=김범준 기자]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논의 속에 '영장청구권'이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3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영장청구권 획득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이자 나아가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영장'은 수사의 '시작과 끝'으로 통한다. 피의자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위해서는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사 결과 구속이 필요한 경우(범죄가 상당부분 소명되거나 도주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가 마무리된다.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경찰. <사진=뉴시스> |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를 해온 경찰청 수사국 내 한 고위관계자는 "영장은 행정적 강제처분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행정부 외 사법부에서 견제하는 것"이라며 "모두 행정부 소속인 경찰(행정안전부)과 검찰(법무부)이 서로 통제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사가 영장 청구(신청)를 독점하다보니 '게이트 키핑'과 '제 식구 감싸기' 사례가 수시로 발생하는 등 오히려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수사 진행에 필요한데 검사가 이유 없이 영장신청을 기각할 경우, (경찰이) 법원에 '이의제기' 한번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현재까지 경찰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헌법 12조와 16조의 취지는 '자유권적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것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방점이 있는 것이지 '누가 신청'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라며 "지난 1962년 군사정권의 5차 개헌 때 '검사의 신청'이라는 부분이 갑자기 들어갔는데, 사실 이는 헌법이 아닌 '법령'으로 정할 사항이라는 게 대다수의 헌법학자들의 의견이다"고 덧붙였다.
또 "헌법에 명시된 '검사'가 반드시 '검찰청 검사'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필요시 법률로 만들어지는 특별검사도, 국방부 내 군 검찰관도, 재정신청(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이의가 있을 경우 고발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제도) 공소유지를 위해 지정되는 변호사도 모두 영장 업무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성 경찰청장 역시 지난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개헌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개정만으로 실질적으로 영장청구권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수사에 있어) 검경 간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경찰이 잘못됐다고 할 수 없으며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검찰 등 법조계에서는 '인권 침해'를 이유로 들며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
익명을 요구한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 경찰이 보여준 인권 침해와 '파시즘'(fascism)적 모습에 대한 반성적 차원에서 '경찰의 신청, 검찰의 청구'라는 영장 원칙이 도입된 것"이라면서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경찰권에 대한 검찰의 견제·감독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역시 "영장은 자유권적 기본권을 크게 침해하기 때문에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면서 "경찰이 13만명이 넘는 거대조직인 점을 감안하면 영장 남발과 인권 침해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다만 "영장이 수사의 핵심이기 때문에 경찰의 청구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중앙경찰과 자치경찰의 분리,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 경찰대학 해체 등 경찰 내 권력 통제와 조직논리 최소화 작업이 선행된 다음에 영장청구권 등 수사권을 주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