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불안 커지자 현재의 행복 위해 소비
"젊은 세대, '즉각적 충족' 경향...목표 달성 기대 무너졌기 때문"
"꼭 나쁜 소비라 볼 수 없어...과소비 않도록 조절해야"
[뉴스핌=김규희 기자] 직장인 김현수(33, 가명)씨는 최근 연차를 내고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2년의 회사 생활동안 받은 월급을 생활비와 학자금 대출금 변제 등에 고스란히 썼다.
김 씨는 수중에 가진 돈이 없었지만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지금이 아니면 떠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항공권과 숙소를 결제했다. 김 씨는 “언제 떠날지 모르는 인생, 일단 갔다 와서 생각해보자는 심정으로 다녀왔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고시촌 거리/이형석 기자 leehs@ |
취업난과 주거난, 결혼난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경향이 늘었다. 치열한 경쟁과 사회적, 경제적 불안에 지쳐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려는 욕구가 강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비를 통해 행복을 누리려는 ‘얼리 힐링족’(Early Healing)은 자신의 행복한 삶을 가치관으로 추구한다.
BC카드 빅데이터센터와 KT경제경영연구소 제휴 연구 보고서 ‘소비 트렌드 플랫폼을 활용한 얼리 힐링족 소비 분석’에 따르면 BC카드 소셜데이터 분석 플랫폼(SMA)을 통해 살펴본 결과, 지난 3년간 SNS에서 ‘힐링’을 언급한 횟수가 연평균 3만4000여건이었다.
학교나 직장, 가정에서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피로를 풀기 위해 ‘힐링’을 추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의 경우 결혼, 주택 구입 등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지면서 ‘즉각적 충족’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노력하고 절약한다고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즉각적인 충족을 추구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오롯이 혼자 소비를 즐기는 경향도 나타났다. BC카드 빅데이터 소비트렌드에 따르면 여행, 혼술, 취미 생활 등 힐링을 위한 나홀로 소비 상품과 서비스가 증가했다.
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위한 ‘위너 쇼퍼’(Winner Shopper)경향도 보였다. 사회가 개인의 취향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마니아들의 소비가 커졌다. 단적으로, 3년 동안 완구류 이용금액이 22% 성장했다.
아울러 욜로족(You Only Live Once)은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모토로 지극히 현재에 맞춘 소비 성향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2030 성인 남녀 1147명을 대상으로 ‘삶의 중요 가치 유형’을 조사한 결과 59.6%가 자신을 욜로족이라 응답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업난과 고용불안 등으로 당장 누릴 수 있을 때 누려보자는 심리”라며 “정치·경제·대외적 상황 등 우리나라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 해석했다. 이어 “이런 소비문화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좋다”며 “다만 과소비가 되지 않도록 조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