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돼 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네번째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지만, 그동안 검찰의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된 것을 미뤄 이번에도 소환에만 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세차례 소환받은 우 전 수석의 네번째 소환 사유는 국가정보원의 민간인·공무원 불법 사찰 지시 등 혐의다. 이와 별도로 우 전 수석 개인 비리에 대해선 서울고검이 재수사에 나섰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박찬호 2차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민간인·공무원 불법 사찰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여 등 혐의로 우 전 수석을 곧 소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전일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수사팀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의 댓글공작 등 정치개입을 최근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각종 불법 사찰에 개입된 정황을 포착하고 혐의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ㆍ지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수사팀은 지난달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을 조사하면서 “우 전 수석이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등 사찰을 시켰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추 전 국장은 우 전 수석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통해 사찰 뒷조사 지시를 받았고, 사찰 동향을 담은 보고서에 담아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도 연루돼 있다.
이와 함께 우 전 수석이 정부의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 바 블랙리스트의 작성 관리에도 관여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지난달 추 전 국장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돼 불법 사찰 및 우 전 수석 보고 혐의를 추가, 추 전 국장을 구속시켰다. 정치공작의 ‘키맨’으로 불려온 추 전 국장이 구속되자, 검찰의 적폐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추 전 국장은 이석수 전 감찰관 외에도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등을 사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 우 전 수석이 얼마나 깊숙히 개입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우 전 수석의 재판에서 “민정수석실로부터 감찰에 대해 불편하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우 전 수석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도 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방조' 관련 22차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
하지만, 검찰이 우 전 수석의 지시 여부 등에 혐의를 입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단적으로, 지난 24일 재판을 마치고 돌아가는 우 전 수석의 차량을 압수수색, 휴대폰을 압수했다. 아직까지 결정적인 물증 확보가 안 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는 반증으로 읽힌다.
그렇다고 우 전 수석이 국정원 직원도 아닌데,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몰아가는 것도 수사의 한계점을 앞당기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우 전 수석 소환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검찰이 우 전 수석 소환만 하는 곳이냐는 비난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도 우병우 소환만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법원의 통신영장 기각, 구속영장 기각 등을 수사 부진 사유로 지목했다.
우 전 수석 불구속 이유가 각종 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하는 법원 때문이라는 주장을 윤 지검장이 에둘러 말했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