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국장 출신 대형로펌 상임고문 단독 추천
같은 로펌 소속 변호사 임추위 참여…공정성 시비
공정위, 뒤늦게 사태 파악…"조합 규정 개선 필요"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신임 이사장에 '법무법인 바른'의 유재운 상임고문이 선임됐다. 하지만 같은 로펌 소속 변호사가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특히 상급기관으로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 공정위 국장출신 대형로펌 상임고문 내정
유재운 법무법인바른 상임고문 <사진=공정위> |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하 특판공제조합)은 지난 24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법무법인 바른' 소속 유재운 상임고문을 단독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판공제조합은 조만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총회에서 최종 선임할 계획이다.
유재운 상임고문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공정위 사무관에 임명된 이른바 '유신사무관' 출신이다. 공정위 특수거래보호과장과 경쟁제한규제개혁단장(국장급)을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바른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특판공제조합은 2002월 12월 방문판매법에 근거해 공정위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 다단계판매 소비자피해 보상기관이다. 현재 80여개 회원사들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특판공제조합 관계자는 "임추위에서 유재운 후보를 단독추천했으며 조만간 이사회에서 의결하면 임시총회나 정기총회를 열어 최종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같은 로펌 출신이 심사…공정성 시비 자초해
하지만 이번 임추위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재운 고문과 같은 로펌 소속의 한명관 변호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명관 변호사는 고인배 현 이사장의 서울법대 동기이고 다른 임추위원 한명도 같은 대학 후배다.
이사장 후보자와 소속이 같은 임추위원의 경우 배제하는 게 마땅하지만 이 같은 제척사유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묵인됐다. 이사장 지원자와 심의위원이 같은 소속이라는 점은 공정성 시비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임추위에 참여한 장득수 전 상조공제조합 이사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장 전 이사장은 유재운 고문의 육사 후배이자 같은 유신사무관 출신이다. 이쯤되면 임추위의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판공제조합이 입맛에 맞는 임추위를 구성하고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소비자피해 예방과 구제에 앞장서야 하는 조합 이사장에 로펌 출신이 선임될 경우 소비자피해 구제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건을 수임해야 하는 로펌 특성상 업계의 권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추위 구성 자체에 큰 문제가 있고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대형로펌의 상임고문이 이사장을 맡을 경우 사건수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공정위 뒷북 대응 "제척사유 보완 필요"
하지만 산하기관의 공정한 인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공정위는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9명으로 구성되는 직판공제조합의 임추위에 1명을 참여시키고 있다. 산하기관 관리감독 책임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공정위가 내정한 인물을 선임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번에도 임추위 위원과 같은 소속의 지원자가 있을 경우 해당 위원은 배제하는 게 마땅하지만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태가 불거지자 공정위는 제도 보완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장덕진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임추위원과 같은 소속 지원자가 있을 경우 임추위에서 배제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간 이런 사례가 없어서 미처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조합에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